아무튼, 문구

아무튼, 문구
문방구에 관한 추억은 누구나 하나씩 있을 겁니다. 국딩 시절, 학교앞 문방구에 진열된 조립식 장난감을 사려고 50원을 삥쳤습니다. 중딩 시절, 명함 크기로 나온 영화 포스터를 모으려고 하교길에 꼭 문방구에 들렀습니다. 시리즈 영화 포스터를 모으는 재미가 쏠쏠했답니다. 대딩 시절, 설계제도에 쓸 용품을 남대문 시장에 있는 알파문구에서 샀습니다.

대형 문방구가 동네 문방구를 대체하지 못하는 따뜻한 추억을 문구인 김규림이 소환했습니다. 남대문의 알파문구가 여전히 영업을 계속한다니 반가웠습니다. 이제는 '글씨를 쓰기 위해서는 종이 한 장과 펜 한 자루만 있으면(94)' 되지만 문방구가 단지 실용성만으로 돌아가지 않는 문구의 세상을 알려줍니다. '문구의 진짜 가치는 실용성과는 별개의 문제'여서 '저걸 사면 오늘 하루가 더 나아질 것 같아서(96)' 산다면 분명 취향입니다.

아이패드와 애플펜슬에서 본 문구의 미래는 인간적이고 좋습니다. 폰트와 손글씨의 차이는 '알파고와 이세돌의 차이쯤(129)'이라는 말에 격하게 공감합니다. '기계로 만든 것들이 많아질수록 손으로 만든 핸드메이드의 가치는 오히려 더 커질 것(147)'이라는 데 동의합니다. 인간적인 손맛은 대체하기 어려우니까요.

문구인 김규림은 '어떤 걸로 쓸까'와 '어디에 쓸까'로 행복한 고민을 합니다. '기억에 남는 순간들은 대부분 비효율적 시간들(65)'에 있다며 노트가 좋아서 글을 쓰기 시작해서 죽으면 수백 권의 노트를 남길지도 모릅니다. 훗날 문구점 주인이 된 문구인을 상상하니 같이 흐뭇해집니다.

아무튼, 문구/김규림/위고 20190724 156쪽 9,900원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