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주의로 본 한국 현대사
- "해방은 도둑같이 뜻밖에 왔다"(함석헌), "참으로 거짓말같이 그날은 오고 말았다"(홍윤숙), "대중적 반전 투쟁도 이루지 못한 채로 8월 15일 아닌 밤중에 찰시루떡 받는 격으로 해방을 맞이하였소"(박헌영). 이들의 진술은 '해방'의 모순적 성격을 보여준다. (20)
- 1945년 8월 15일 이후로 사태는 바로 양대 각국 사이에 나타난 냉정이 중심이 됐다. 그리고 많은 경우에 냉정은 제국주의 지배라는 진정한 본질을 은폐하는 이데올로기 구실을 하게 됐다. (26)
- 해방 공간에서는 미국과 소련 양쪽에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열망이 강력했다. 그리고 당시 사람들의 압도 다수가 대안 체제로 사회주의를 선호했음은 비교적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사람들은 좌파와 우파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50)
- 북한에서 부르주아 민주주의 혁명론(나중에는 인민민주주의 혁명론)은 노동자들의 독립적 진출을 억제했다. 대신 국가권력은 노동자들이 아니라 공산당 관료가 장악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노동자를 착취하는 국가자본주의 체제를 성립시켰다. 남한에서 부르주아 민주주의 혁명론은 노동계급의 힘을 한번 제대로 써보지도 못한 채 운동이 몰살하게 함으로써 이후 부르주아 체제가 확립되고 자본주의가 발전하는 길을 열었다. (105)
- 북한의 남한 점령이든 그 반대든 한국전쟁은 평범한 민중에게는 재앙일 뿐이었다. 남한 내 빨치산을 토벌했던 제5사단장 백선엽이 일반 농민들을 보고 다음과 같이 말한 것은 한국전쟁 기간 중 민중의 반응을 설명해 줄 수 있을 것이다. "험한 세파를 겪은 이들이 얻은 지혜는 강한 자의 편에 서는 것이었다." (114)
- 미군은 친일·친미·반공주의자들을 지배 파트너로 삼았다. 이것은 당시 남한 민중이 정서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새 국가를 건설하는 데 친일파가 끼어드는 것을 말도 안 된다고 여겼다. 또한 80퍼센트 가까운 사람들이 새 국가의 사회체제가 "사회주의나 공산주의" 형태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127)
- 남과 북 두 체제의 권력 형태는 달랐지만, 두 체제는 모두 노동자를 착취해 경쟁적으로 자본축적을 추구하는 체제였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았다. (134)
- 남북 정권 간의 투쟁이 계급투쟁의 연장이었던 것도 아니다. 스탈린주의 전통의 좌파는 북한 국가는 어쨌든 노동자 국가인 반면 남한 국가는 자본주의 국가라고 보지만, 둘 다 계급 착취를 바탕으로 한 자본주의 사회였다. (160)
- 쿠데타가 발행했을 때 장면 정부를 위해 피를 흘리려 한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을 정도로 민주당 정권에 대한 환멸과 배신감은 극에 달했다. 4·19 혁명에 주도적으로 참가한 사람들은 대체로 쿠데타를 조용히 관망하고 있었고, 이 쿠데타의 성격이 무엇인지 혼란스러워했다. 미국 방첩대의 보고를 보면 서울대 학생들의 군사 쿠데타 찬반 여부는 50대 50이었다. (173)
- 박정희의 쿠데타는 4·19 혁명의 단순한 연장이 아니었다. 그것은 위로부터의 급속한 자본축적을 위해 아래로부터 근대화(노동자들의 연속혁명) 프로젝트의 가능성을 반동적으로 차단하려 했다. (175)
- 5·16 쿠데타는 4·19 혁명의 여파를 완전히 봉쇄하는 역할을 했다. 만약 대중운동이 발전한다면 노동자 혁명으로 전화할 수 있는 위험까지 보였기 때문이다. (185)
- 노동자계급의 입장에서 볼 때 5·16은 4·19 정신의 계승이 아니라 완전한 부정이었다. 4·19가 독재 타도와 자립 경제를 요구하며 아래로부터 일어난 대중투쟁이었다면 5·16은 기존 정권의 무능과 대중의 급진화 사이를 비집고 지배계급의 한 분파가 일으킨 반동 쿠데타였다. 4·19가 민주주의를 뜻했다면 5·16은 군사독재를 뜻했다. (186)
- 오늘날 박근혜 퇴진과 구속의 성과를 바탕으로 모든 적폐를 청산하는 길은 노동자들의 고유의 힘을 발휘하도록 할 때 가능할 것이다. 또한 1987년 대중파업의 경험을 이어받아 거리에서의 자신감이 작업장에서 발휘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257)
마르크스주의로 본 한국 현대사/한규한, 김동철, 김현옥/책갈피 20180326 280쪽 13,000원
오직 한국의 노동자와 민중의 시선으로 본 한국 현대사이다. 우측 끝에서 좌측 끝까지 해방 이후 등장한 동서양의 정치인에 관하여 아래로부터 변화를 끌어낸 시각으로 본 한국 현대사는 의미 있다. 이 책의 시각이 한쪽으로 치우쳤다고 생각한다면 한국 현대사가 다른 한쪽으로 치우쳐 학습된다는 역설을 보여준다. 해방은 도둑같이 왔고, 혁명은 노동자의 꿈을 꺾었다.
왜 역사를 배우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겠다. 지나보니 오래된 미래였다.
왜 역사를 배우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겠다. 지나보니 오래된 미래였다.
덧. 오탈자
- 59쪽 17행 게다가 게다가 → 게다가
- 176쪽 저자 이름이 빠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