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달마

커피와 달마
경영난으로 구조조정을 종용받던 이종익 사장은 우연히 산책 끝에 달마암에 오른다. 암자에서 큰 바보라는 대우(大愚) 스님을 만났다. 목적지와 시간을 정해 놓지 않은 산책을 했다. 산책은 몸과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걷다가 문득 정신을 차려 보니 낯선 곳이어야 한다는 첫 깨달음을 얻는다.

달마암을 찾아 스님에게 물으며 불교를 처음 배운다. '종교는 하나의 현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고민이 조용하고 아득한 시간을 거쳐 오며 서서히 정립된 무엇(65)'이다. '지금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존중하고 최선의 행동을 하는 것(93)'이 불교의 핵심이다.

작은 사물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불교는 정신주의에도 물질주의에도 치우치지 않는 현실주의에 입각한 사상'이어서 '행동주의, 현실주의로 이해한다면 불교는 결코 난해한 사상도 또 불가한 사상(101)'도 아니라고 스님은 말한다. '고통스러운 현실을 행복한 현실로 바꾸는 것이 불교(111)'이다. 이런 불교의 목적을 이해하는 중요한 원칙인 중도(中道)란 '순간순간 올바르게 선택하고 실천하는 것(137)'이다.

스님이 풀을 뽑으며 물었다.
  • 자네가 행동할 수 있는 시간, 선택할 수 있는 시간, 자네가 진정으로 살아가는 시간은 냉정히 말해 지금 한순간뿐이야. (...) 묻겠네. 삶이 지금 이 순간뿐이라면 자넨 무엇을 하겠나?
  • 음... 스님과 함께 풀을 뽑아야죠.
  • 그렇지!(159)

이 사장은 커피를 사 들고 달마암에 가는 횟수가 늘어나며 참선의 세계로 접어든다. 큰 바보 스님은 이 사장에게 작은 바보라는 뜻으로 소우(小愚)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스님은 입적하기 전에 좌선은 즐거운 여행이라는 것을 되새기는 편지와 마지막 선물을 남겼다. 입적 소식을 들은 이 사장 손바닥에는 '보일 듯 말 듯 스님의 낡은 두루마기에서 꺼내 온 선물이 놓여 있었다(280)'.

소설이 중반을 넘길 때쯤 점점 가부좌를 틀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커피와 달마/성재헌/한걸음더 20100531 280쪽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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