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가 온다

늑대가 온다
사십여 일 동안 네이멍구(內蒙古)의 초원과 사막 골짜기에서 풍찬노숙하며 늑대를 찾아 돌아다닌 야생일기입니다. 월드컵 열기가 뜨거웠던 2002년 5월 14일부터 국내로 돌아와 풍토병으로 고생한 7월 2일까지 늑대를 쫓아간 첫번째 여행의 기록입니다.

여행 내내 새끼 늑대에게 깡패와 어벙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데리고 다니며 키웠습니다. 늑대와 늑대굴을 찾아 헤매는 여행이었지만, 저자 스스로 알파 늑대가 되었습니다. '늑대는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서도 보기가 어(189)'려웠습니다. 오랫동안 지속한 늑대 소탕으로 '늑대들은 사람들의 출현 자체를 죽음과 연결시키게 되었'고, '사람의 냄새는 곧 공포로, 죽음으로 연결되었을 것(278)'이기 때문입니다.

'보통 때는 늑대 구경도 할 수 없는 낭만파인 우리와 늘 늑대와 함께 생활하는 현지인들의 생각(109)'은 달랐습니다. 유목생활을 하는 현지인들은 늑대로 인한 가축 피해로 늑대와 늑대 새끼를 보면 죽입니다. 그런 생활환경에서 늑대를 찾아다니는 일행이 곱게 보일 리 없어 더 고생했습니다.

전 세계에는 약 200,000마리의 늑대가 살고 있습니다. '몽골과 중국과 미국에는 각각 15,000마리 정도'의 개체수가 있지만, 넓게 분포하고 있으므로 지역 단위로 보면 결코 많다고 할 수가 없(366)'습니다. 늑대 사냥을 장려하거나 밀렵을 방조하기 때문에 개체수는 감소하고 있습니다.

늑대를 찾아 떠난 유목 지대는 생존과 보존이 맞부딪히는 생사의 현장이었습니다. 늑대가 끼치는 가축 피해는 예측 가능한 일상적인 위협입니다. '진짜 두려운 것은 살아 움직이는 야생동물이 아니'라 '가장 무서운 것은 형태도 소리도 없이 순식간에 덮쳐오는 자연재해(308)'로 죽는 가축이 훨씬 많습니다. 그럼에도 늑대를 더 미워하는 것은 '가뭄이나 홍수, 폭설과 혹한 같은 천재지변은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지만, 늑대는 잡아 죽일 수도, 튼튼한 울타리를 쳐서 막을 수도 있으니까(311)' 그렇습니다.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를 정점으로 늑대들의 수난이 이어졌습니다. 남한에서는 '1963년과 1965년에 포획되어 1964년에 한 마리, 1965년에 한 마리, 1967년에 세 마리가 창경원에 팔린 것(363)'이 마지막 늑대였습니다. 근친상간으로 번식하다 1997년 6월 11일,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마지막 늑대가 죽음으로써 대를 멈추었습니다.

늑대를 무시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나의 무지가 아니라 동물의 왕국 탓이 큽니다. 아닙니다. 동물원을 만든 인간의 탓입니다. 아프리카에서도 사자나 기린을 보기 무척 어렵다는 걸 얼마 전에 알았습니다. 그러니 늑대나 여우는 지천으로 널려 있는 줄 알았습니다.

저자는 야생에서 '늑대를 만나면 반가운 일이지만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것은 오히려 비상사태가 될 수도 있다(232)'고 합니다. 어딜 가나 사람도 사람이 제일 무서운 세상인데 야생 동물은 오죽하겠습니까. 늦었지만 동물원과 수족관을 불매하겠습니다.

늑대가 온다/최현명/양철북 20190619 384쪽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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