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박스

THE BOX: How The Shipping Container Made the World Smaller and the World Economy Bigger, 2016
  • 트럭 운전사로 일하다 금속 컨테이너를 발명해 이 세상의 모습을 완전히 바꾼 말콤 맥린Malcom Mclean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22)
  • 1956년 4월 26일이었다. 크레인이 뉴저지주 뉴어크항에 정박한 낡은 유조선 아이디얼엑스호에 알루미늄 소재로 된 트럭 바디 58개를 실었다. 5일 뒤 배는 휴스턴항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대기하던 58대의 트럭은 금속 상자를 하나씩 나눠 싣고 목적지로 향했다. 혁명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36)
  • 컨테이너는 적은 비용을 들이면서 동시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최소화해 상품을 어디에서든, 그리고 어디까지든 운송하는 고도로 자동화된 시스템의 핵심이다. 컨테이너는 운송비를 줄였고, 그럼으로써 세계 경제의 틀을 바꾸었다. (37)
  • 말레이시아의 공장 정문에서 오하이오에 있는 물류 창고 정문까지 1만 7,700킬로미터의 거리를 이동하는 데 28일밖에 걸리지 않는다. 하루에 약 640킬로미터를 가는 속도다. 그런데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이라고 해봐야, 같은 거리를 비즈니스클래스 좌석으로 비행 여행할 때의 편도 티켓 한 장보다 적게 든다.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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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박스THE BOX, 2016/마크 레빈슨Marc Levinson/이경식 역/청림출판 20170816 608쪽 30,000원

트럭 운전을 하던 말콤 맥린(Malcom McLean, 19131114~20010525)이 컨테이너를 처음 창안했다. 맥린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34년 3월에 중고 트럭을 사서 맥린트럭을 만들어 화물운송사업을 했다. 원가절감에 초점을 맞춘 맥린은 업계 최초로 화물을 트럭에서 다른 트럭으로 옮겨 실을 때 컨베이어 벨트를 사용하여 시간과 인력을 단축했다.

승승장구하던 맥린은 1953년 트럭에 실은 트레일러를 배에 그대로 옮겨 목적지 항구에 도착하면 대기하던 트럭이 트레일러를 받아 최종 목적지까지 운송하자는 발상을 하였다. 맥린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아이디얼엑스(ideal-X)라고 명명했다. 1956년 4월 26일, 아이디얼엑스호에 알루미늄 소재로 된 트럭 바디 58개를 싣고 목적지로 향했다. 컨테이너(container) 시대의 시작이었다.

당시 많은 전문가는 컨테이너가 임시방편일 뿐 운송비용을 줄이지 못하는 틈새 기술로만 여겼다. 제각각이던 콘테이너 규격과 결박장치를 개량하여 표준화하기까지는 이해집단간 충돌이 많아 쉽지 않았다. 1958년부터 시작한 표준화의 지난한 과정은 1970년에 이르러 끝을 보였다. 컨테이너의 발전을 가로막았던 다양한 형태와 크기는 국제적인 승인을 받는 표준 크기가 확정되었다. 호환되는 컨테이너로 국제적인 운송이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되었다

컨테이너는 일자리와 항구의 모습을 바꿨고, 공장은 더는 항구 옆에 있을 필요가 없게 되었다. 북대서양에 일기 시작한 컨테이너 붐은 일본의 경제 성장과 베트남으로 군수물자를 운송하기 위해 태평양에서도 일어났다. 1974년에는 북대서양에 연간 100만 개 가까운 컨테이너를 운송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신형 컨테이너선이 대기했다. 1973년에는 일본과 미국의 대서양 연안을 잇는 컨테이너 노선에 투입된 배는 30척에 이르렀다.

컨테이너로 인한 자동화는 부두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날려 버렸다. 1956년 처음으로 컨테이너 운항을 시작한 맥린인터스트리즈는 2년이 지난 1958년에 컨테이너선은 전통적인 방식의 화물선에 비해 화물을 선적하고 하역하는 시간이 6분의 1밖에 걸리지 않고, 노동력도 3분의 1밖에 들지 않는다고 주주들에게 말했다. 노동조합은 컨테이너 자동화를 받아들이는 대신 임금 인상과 작업 시간을 단축하라는 투쟁을 했다. 이 문제에 대해 1962년에 케네디는 "자동화가 인간을 대체하는 시기에 자국 내 완전 고용을 유지하는 일은 지금 1960년대에 우리 미국이 해결해야 할 중요한 국가적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두노동자 조합들이 자동화를 상대로 끈질기게 저항함으로써, 기업이 혁신을 해 노동자의 일자리가 없어지더라도 노동자는 마땅히 인간적인 처우를 받아야 한다는 매우 특이한 선례를 남겼다. 그러나 이 원칙은 미국 경제의 지극히 적은 부분에서만 인정되었으며, 끝내 법률로 명시되지 않았다. 기계근대화협정(Mechanization and Modernization Agreement)은 자동화 때문에 인간의 노동이 사라지는 현상에 대한 시대의 산물이었다. 이 협정은 4차산업혁명 시대에 곱씹어 봐야 할 부분이다.

볼품없는 강철 박스인 컨테이너의 출현은 세계 물류 역사를 뒤바꾸었다. 맥린은 컨테이너를 발명한 것이 아니라 컨테이너의 쓰임새를 새롭게 정의했다. 초창기에 틈새 기술로 여겨졌던 최초 58개의 컨테이너는 지금 3억 개에 해당하는 컨테이너 화물로 바다를 누빈다.

2001년 5월 30일 아침, 말콤 맥린 장례식 때 전 세계의 모든 컨테이너선에서 그를 기리며 뱃고동 소리를 길게 울렸다.


덧. 600여 쪽 중 100여 쪽이 주석과 참고문헌이고, 숫자가 많이 등장하는데도 재미있게 풀어가는 저자의 역량이 탁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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