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에 내가 있었네
사진기에 필름도 끼우지 못하던 시절엔 미처 몰랐다. 취미로 사진을 배운다며 겨우 필름을 갈아 끼울 정도가 돼서야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해야 사진 한 장을 건지는지 비로소 알았다. 그 뒤로 사진 한 장을 보면 작가가 쏟은 노력을 어렴풋이 상상하기 시작했다.
두모악을 방문해서 김영갑 작가의 사진을 마주했을 때 제주의 바람을 보았다. 우리 눈에 보이는 있는 그대로의 풍경이 아니라 순간에 사라지는 최고로 황홀한 순간을 담으려고 수없이 찾아가서 기다린 고행이 보였다. 필름을 사고 나면 끼니를 걱정하는 처지에도 불구하고 뭍에서 온 수상한 사내는 쉼없이 섬을 걷고 오르며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순교했다.
1957년 부여에서 태어난 김영갑은 1985년 아예 섬에 눌러살며 제주의 순간, 삽시간의 황홀을 사진에 담았다. 루게릭병으로 6년을 투병하다 2005년 5월 29일 손수 만든 두모악에 잠들었다.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에는 이십여 년 동안 모아둔 이야기가 있다.
다시 두모악에 가서 삽시간의 황홀을 보며 두려움 없이 기쁘게 떠난 그를 만나고 싶다. 이어도를 보고 싶다.
그 섬에 내가 있었네/김영갑/휴먼앤북스 20040127 256쪽 11,000원
두모악을 방문해서 김영갑 작가의 사진을 마주했을 때 제주의 바람을 보았다. 우리 눈에 보이는 있는 그대로의 풍경이 아니라 순간에 사라지는 최고로 황홀한 순간을 담으려고 수없이 찾아가서 기다린 고행이 보였다. 필름을 사고 나면 끼니를 걱정하는 처지에도 불구하고 뭍에서 온 수상한 사내는 쉼없이 섬을 걷고 오르며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순교했다.
1957년 부여에서 태어난 김영갑은 1985년 아예 섬에 눌러살며 제주의 순간, 삽시간의 황홀을 사진에 담았다. 루게릭병으로 6년을 투병하다 2005년 5월 29일 손수 만든 두모악에 잠들었다.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에는 이십여 년 동안 모아둔 이야기가 있다.
다시 두모악에 가서 삽시간의 황홀을 보며 두려움 없이 기쁘게 떠난 그를 만나고 싶다. 이어도를 보고 싶다.
그 섬에 내가 있었네/김영갑/휴먼앤북스 20040127 256쪽 11,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