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불평등을 감수하는가?

Does The Richness Of The Few Benefit Us All?, 2013
우리는 정확히 얼마나 불평등할까? '세계개발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현재 전 세계 성인 인구 중 최상위 1퍼센트가 전 세계 자산의 40퍼센트를 소유하고 상위 10퍼센트의 부자가 전 세계 부의 85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에 하위 50퍼센트가 차지하는 부의 양은 겨우 1퍼센트에 불과하다(9)'. '전 세계 최고 부자 1000명의 부를 모두 합하면 줄잡아 가장 가난한 25억 명의 부를 합친 것의 거의 2배에 이른다(18)'. '세계 최고 부자 20명의 재산 총합이 가장 가난한 10억 명의 재산 총합과 같은 것으로 추정된다(20)'.

이러한 불평등에서 생기는 '커다란 격차란 상층, 중층, 하층 사이의 격차가 아니라 꼭대기에 있는 소수 집단과 그들을 제외한 나머지 거의 모든 사람들 사이의 격차라는 사실(17)'이다. 사회적 비용은 불평등한 결과들에 대한 저항을 어렵게 만들고, '체념한 채 얌전히 굴복하거나 아니면 자발적으로 협력하는 길을 시도하고 추구하는 방향으로 조정(44)'되기 때문에 불평등을 감수하고 있다. '자본주의적이고 개인주의화 된 소비자 사회의 주민인 우리가 인생이라는 게임의 전부 혹은 대부분에서 계속해서 던질 수밖에 없는 주사위들은 대개 불평등에서 이익을 얻거나 혹은 이익을 얻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유리하도록 정해져 있다(44)'. '근대적 기획의 창시자들이 지금의 사회적 불평등을 본다면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힐 것이다(10)'. '오늘날 사회적 불평등은 역사상 최초의 영구기관이 되어가고 있는 듯하다(23)'.

불평등을 합리화하는 당연한 이치 혹은 암묵적 전제들은 무엇인가? '①경제성장은 공동생활에서 생기기 마련인 과제들을 처리하고 어떤 문제든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②영구적으로 증가하는 소비, 더 정확히 말해 새로운 소비 품목의 가속적인 교체는, 인간이 추구하는 행복을 충족시키는 유일한 길이거나 적어도 중요하면서도 가장 효과적인 길일 것이다. ③인간들 간의 불평등은 자연적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 삶의 가능성들을 삶의 불가피성에 맞춰 조절하는 것은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반면, 삶의 원칙들을 함부로 변경하는 것은 모두에게 손해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④경쟁(가치 있는 사람은 올라가고 가치 없는 사람은 배제되거나 추락하는 양면을 지닌)은 사회질서 재생산과 사회정의의 필요충분조건이다(54)'. 이 암묵적 전제들은 검증되지 않았고, 아무런 증거도 없는 새빨간 거짓말이다. 불평등으로 이익을 얻는 계층이 우리에게 심어놓은 대표적인 거짓말이다.

'인간들 사이에 자연적으로 생겨난 불평등에 대해 이래라저래라하는 것은 그 종류를 불문하고 사회의 건강과 활력에 해로울 뿐만아니라 모든 구성원이 언제나 가능한 한 최대로 증식시키고 소유하고 싶어 하는 사회의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능력에 해롭다는 사실(33)'은 거짓이다. '개인의 이윤 추구가 동시에 공익을 위한 최선의 매커니즘을 제공한다는 주장은 의혹에 싸였고 사실상 거짓으로 밝혀졌다(11)'. '경제 발전의 결실 대부분이 이미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는 상대적 소수에게 돌아간다면, 그것은 분명히 문제일 것이다(13)'. '탐욕에 유익한 점이라고는 단 하나도 없다. 탐욕은 누구에게도 유익하지 않으며, 누구의 탐욕이건 유익하지 않다(127)'. '우리는 파국을 맞이해야만 파국이 왔다는 것을 인식하고 받아들이게 되는 모양이다. (...) 이 생각이 틀렸다고 할 수 있을까? 시도해보지 않는 한 (...) 그 생각이 틀렸는지는 결코 알 수 없다(134)'.

'지난 30년이 알려준 가장 중요한 교훈은, 가장 부유한 구성원들이 갈수록 케이크의 더 큰 몫을 차지할 수 있도록 내버려두는 경제모델은 결국 자멸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아직까지도 이 교훈을 배우지 못한 것 같다(30)'.

왜 우리는 불평등을 감수하는가?Does The Richness Of The Few Benefit Us All?, 2013/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안규남 역/동녘 20190315 144쪽 12,000원


덧. 오탈자
  1. 7쪽 1행 개인이 이유 추구가 → 개인의 이윤 추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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