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케티의 사회주의 시급하다

Vivement le socialisme!, 2020
  • 하이퍼자본주의(hyper-capitalism)가 너무나 지나치게 진행되고 있다. 그렇기에 지금의 나는 자본주의를 극복할 새로운 방식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확신한다. 그건 새로운 형태의 사회주의일 것이다. 참여적이고 지방분권화된, 연방제 방식이며 민주적이고 또 친환경적이며 다양한 문화가 혼종되어 있으며 여성 존중의 사상을 담은 사회주의 말이다. (10)
  •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사회주의라는 말을 재활용할 수 있다고 믿는다. 특히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할 경제체제를 일컫는 말로 사회주의만큼 적절한 표현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어찌되었든 간에, 그저 자본주의나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데 그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어떤 체제에 '찬성'하는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 이름이 무엇이 되었든 간에, 우리가 머릿속에 그리는, 실제로 이루고 싶은 사회의 모습을 담은 이상적인 경제체제를 분명히 지칭할 수 있는 말을 제시해야만 한다는 뜻이다. 현재의 모습을 고수한 자본주의에 더 이상 미래가 없다는 건 당연한 얘기가 되었다. 불평등을 심화하고 지구의 자연자원을 고갈하는 체제이기 때문이다. (11)
  • 국제주의가 세계무대에서 다시 한번 기회를 가지려면, 지난 수십 년간 세계화를 주도한 절대적인 자유무역 추구의 이데올로기를 분명히 지양할 필요가 있다. 그 대신 다른 모습의 경제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경제정의와 조세 정의 및 환경정의 분야에서 분명히 규정되고 또 검증될 수 있는 원칙들을 바탕으로 하는 사회발전의 모델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31)
  • 내가 소망하는 참여사회주의의 기반이 되는 가치는 여러 가지가 있다. 교육의 평등과 사회보장국가, 권력과 소유권의 영속적 순환, 사회연방주의, 그리고 지속가능하며 공정한 세계화 등이다. (33)
  • 세계 갑부의 순위 자료를 분석해보면 전 세계 최상위 자산은 1980년대 이후 연간 6~7%의 속도로 증가해온 반면 전 세계 평균자산은 2.1% 증가했다. 한편 같은 기간에 전 세계 평균소득은 1.4% 증가하는 데 그쳤다. (55)
  • 오늘 프랑스에서는 남녀 간 임금격차를 규탄하기 위한 시위가 열린다. 오늘의 키워드는 '19%'다. 동일 업무를 하는 남성과 여성 사이의 평균 임금격차를 의미한다. 다시 말하자면 마치 여성들은 매해 11월 7일 16시 34분부터는 남성들을 위해서 일하는 셈이다. (65)
  • 현재 프랑스에서 벌어지는 기본소득에 대한 노란에는 최소한 하나의 순기능이 있다. 프랑스의 모든 국민이 누구든 최소한의 소득을 누려야 한다는 일종의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준다는 점이다. (74)
  • 부유세를 유지하면 프랑스 조세체계에 큰 출혈이 발생하리라는 것이 정부의 논리지만 그건 완전히 틀린 얘기다. 국민계정, 소득과 재산신고 내용, 자산에 대한 설문조사 등 확보할 수 있는 자료들 전반을 차분히 그리고 객관적으로 검토해보면 이론의 여지가 없는 결론이 나온다. 부유세 도입 이후에도 프랑스의 최대자산 보유자들은 아주 잘 살고 있을 뿐더러 그들이 대거 프랑스를 떠나 세수에 커다란 피해가 생기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184)
  • 내부의 불평등을 정당화하기 위해 허황된 서사를 동반하는 건 어떤 사회에서든 필요한 일이다. 현대사회에서는 능력 본위의 서사가 통한다. 즉, 동등한 기회를 지닌 상태에서 각자의 자유로운 선택에 의해 발생하는 근대사회의 불평등은 정당하다는 논리다. 다만 당국이 말하는 능력주의와 현실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존재한다는 게 문제다. (213)
  • 종종 제기되는 주장과는 반대로 유럽에서 포퓰리즘 확대는 이민자들의 쇠도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 아니다. 사실 유럽연합 국가로 유입되는 이민자들의 수는 경제위기 이전에 훨씬 많아 2000년부터 2008년 사이 연간 120만 명에 달했다. 그 이후에는 지정학적인 상황으로 인해 국경을 더 개방했어야 함에도 이민자 수는 폭락했다. 2008년부터 2016년 동안 연간 50만 명 정도에 불과한 수준으로 내려간 것이다. (219)
  • 오늘날 세상을 위협하는 건 무역 전쟁이 아니다. 가장 부유하기 때문에 국경 간 이동이 자유로운 이들에게 혜택이 고스란히 돌아가는 '세금덤핑'을 남발하는 사회적인 전쟁이야말로 가장 위험하다. (220)
  • 사회적인 불평등을 전반적으로 강력하게 통제하는 조치들 없이 기후와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는 건 이제 분명한 사실이다. 지금 세상에 존재하는 불평등의 규모를 볼 때 에너지 조절 정책을 추구한다는 건 헛된 소망에 불과할지 모른다. 우선 탄소배출이 가장 부유한 계층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를 놓고 보았을 때 상위 10%의 부유층이 전체 탄소배출 중 절반 정도의 책임이 있다. 최상위 1%의 사람들만 놓고 보아도 세계 하위 50%의 인구가 배출하는 양보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 (304)
  • 국가주의자들은 개인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정책을 비판하지만 사회연방주의에 따르면 비판할 대상은 자본의 자유이동이다. 최상위 부유층이 아무 탈 없이 세금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345)
  •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세계적 위기는 좀 더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발전 모델을 도입할 기회를 촉진할 수 있을까? 대답은 '그렇다'지만 다음과 같은 조건이 붙는다. 우리 사회의 기존 우선순위에도 분명한 변화가 있어야 하고 통화정책과 조세 영역의 몇몇 금기사항에 도전해야 한다. 통화정책과 조세제도는 마침내 실제 경제에 이바지하며 사회문제와 환경위기 극복이라는 목표를 이루는 데 일조하도록 바뀌어야 한다. (365)
  • 인종주의와 식민주의의 폐해로부터 벗어나려면 경제체제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 불평등 축소라는 가치가 기저에 깔려 있어야 하며, 모두가 교육을 받거나 일자리를 얻거나 자산을 소유하는 데 공정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376)

피케티의 사회주의 시급하다Vivement le socialisme!, 2020/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이민주 역/은행나무 20210610 408쪽 20,000원

피케티는 자본주의나 신자유주의 반대에 그치지 않고 사회주의라는 대안을 제시한다. 자본주의는 불평등을 심화하고 자연자원을 고갈하는 체제라는 것을 명확하게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피케티가 말하는 사회주의는 결코 강력하지 못해 아쉽다. 그럼에도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의제를 제시했다는 측면에서 눈여겨 볼만하다.

피케티는 언론사에 대한 개혁안으로 줄리아 카제가 제시한 비영리 언론 기업을 언급한다. 줄리아 카제와 피케티가 부부사이임을 안다면 학술적 PPL 느낌이 나서 잠깐 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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