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뒤흔든 침묵의 봄

Rachel Carson's Silent Spring, 2004
  • 《침묵의 봄》은 생태학이란 말을 일상적인 용어로, 살충제란 말을 나쁜 단어로 자리잡게 만든 녹색 선언이다. (7)
  • 파울 헤르만 뮐러는 1948년 "여러 절지동물에게 작용하는 접촉성 독성물질로 뛰어난 효과를 발휘하는 DDT를 발견한 공로로" 노벨 생리학 및 의학상을 수상했다. 노벨상 수상 이유는 DDT의 원래 개발 목적인 농작물 해충 박멸이 아닌 전쟁 기간과 그 후에 수많은 시민의 목숨을 구한 공로 때문이었다. (26)
  • 미국에서 DDT 같은 합성 살충제의 생산량은 1947년에 5만 5800톤이었으나 1960년에는 28만 7천 톤으로 무려 다섯 배나 증가했다. (41)
  • 카슨은 새들이 살충제에 직접 접촉해서 죽는 것이 아니라 간접적인 경로로 죽는다고 설명했다. DDT로 오염된 낙엽을 먹는 지렁이의 몸 속에 DDT가 축적된다. 봄에 지렁이를 잡아먹는 새가 40여 종이나 되는데, 그중에 울새도 포함된다. 1958년 미시간 주립대학 본교 캠퍼스에서는 새끼울새가 단 한 마리도 발견되지 않았다. (64)
  • 《침묵의 봄》이 장기적으로 미친 효과는 가늠하기 쉽지 않다. 이 책이 지금까지 나온 것 중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환경도서라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계속해서 더 만은 살충제가 사용되고 있고, 살충제 매출액은 더 늘어나고 있으며, 《침묵의 봄》이 쓰여지던 시절보다 오늘날 더 많은 사람이 살충제 중독으로 죽어가고 있다. (124)
  • 카슨이 사망할 당시 미국에서 사용된 '유효 성분'(실제로 벌레를 죽이는 화학물질)의 양은 27만 7천 톤이던 것이 1979년에는 51만 3천 톤으로 거의 두 배나 증가했다. 그 후로 전체 사용량은 약가 줄어들어 1999년에는 41만 톤으로 떨어졌지만, 1964년에 비하면 아직도 3분의 1이나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126)
  • 농민과 일반 주민은 사용량이 최대치에 이르렀을 때보다는 살충제를 적게 사용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오늘날의 살충제는 훨씬 더 강력해졌고 값도 더 비싸졌다. (127)
  • 레이첼 카슨은 "화학살충제를 절대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아니다"라고 분명히 말했다. 그렇지만 그 사용량을 크게 줄여야 한다고 믿었다. 오늘날 세계는 살충제에 연간 336억 달러를 쓰고 있으며, 그 비용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128)
  • 현재 우리 몸 속에는 1920년대에는 전혀 존재하지도 않던 합성 화학물질이 최고 500종류나 있다. (142)
  • 《침묵의 봄》은 미국의 일반 시민이 모르고 있던 DDT 같은 살충제의 위험을 세상에 폭로했다. 화학산업계가 비겁한 전략을 사용해 거센 반격을 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워싱턴의 정책 전문가들은 DDT가 금지되는 것은 시간 문제이자 교묘한 정치적 흥정 문제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런 방식으로 《침묵의 봄》은 미국과 해외에서 살충제를 규제하는 데 상당히 크게 기여했다. (152)
  • 《침묵의 봄》은 현대 환경운동을 탄생시킨 어머니(혹은 최소한 산파)로 평가받고 있다. (...) 자연보호운동과 인간의 건강을 생각하는 환경운동을 통합시켰고, 지구의 날은 그러한 통합을 기념하는 날이 되었다. (153)
  • 레이첼 카슨은 (...) 미국 역사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두 차례의 변화를 유도한 두 사람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레이첼 카슨 말고 다른 인물은 《톰 아저씨의 오두막집》을 통해 노예제도의 실상과 죄악을 알리고 자유와 박애정신을 고취해 남북전쟁의 계기를 마련했던 작가 해리엇 비처 스토 부인이다. 스토가 19세기 미국의 야만성을 깨닫게 한 선각자로 남북전쟁의 불씨를 당겼다면, 레이첼 카슨은 20세기 미국의 치명적 모순과 오류를 밝힌 시대의 선구자로 세계시민들이 전 지국적으로 환경운동을 벌일 수 있는 튼튼한 토대를 마련해주었다. (159)
  • 《침묵의 봄》처럼 이렇게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버린 책은 그다지 많지 않다(이러한 범주에 속하는 책으로는 우리 모두가 잘 아는 칼 맑스의 《자본》,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 등도 있다). (165)
  • 《침묵의 봄》이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가져다 준 가장 커다란 선물은 '끝없는 성장'이라는 신화에 매몰되어 허우적대던 전세계의 대중에게 환경의식을 고취시켜 생태학적 문제를 새롭게 인식하도록 만드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점이다. (169)

세계를 뒤흔든 침묵의 봄Rachel Carson's Silent Spring, 2004/알렉스 맥길리브레이Alex MacGillivray/이충호 역/그린비 20050228 182쪽 9,900원

《침묵의 봄》은 1962년 6월 〈뉴요커〉에 처음 실려 연재되었고, 9월에 책으로 출간되었다. 크리스마스까지 10만 부 이상 팔렸고, 레이첼 루이즈 카슨(Rachel Louise Carson, 19070527~19640414)이 죽을 무렵에는 100만 부 이상이 팔렸다. 이 책의 영향력은 판매량만이 아니다. 미국인에게 봄을 알리는 전령이었던 울새가 사라져 봄이 와도 새가 울지 않고 침묵하는 원인을 알리며 세계적인 환경운동을 탄생시키는 산파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DDT를 개발한 파울 헤르만 뮐러(Paul Hermann Muller)는 2차 세계대전 때 시민과 군인을 질병에서 구한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다. 1955년 국제건강기구(WHO)는 전 세계적인 말라리아 추방 계획을 세우고 DDT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말라리아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당시 윈스턴 처칠로부터 신이 내린 축복의 물질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DDT에 대한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침묵의 봄》이 DDT가 자연계와 인간에게 얼마나 위험한지를 세상에 알렸다. 《침묵의 봄》이 출판되자 화학산업계는 물론 일부 정치인과 언론까지 카슨을 공격했다. 지금도 말라리아를 예방하기 위해 DDT 사용을 계속할 것인지로 갈등하고 있다.

미국 역사를 두 차례 변화시킨 사람이 있다. 해리엇 비처 스토(Harriet Beecher Stowe)가 쓴 《톰 아저씨의 오두막집》이 남북전쟁의 불씨를 당겼다면, 《침묵의 봄》은 환경운동을 탄생시켰다. 맑스의 《자본》,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처럼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버린 책은 드물다.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은 20세기 후반을 송두리째 바꾼 책이 틀림없다. 카슨의 경고는 60여 년이 지나 더 심각한 지구환경과 기후위기로 나타났지만, 여전히 우리는 애써 무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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