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즙 배달원 강정민

녹즙 배달원 강정민
아직 젊은데, 언제 멀쩡한 일을 할 거냐는 물음에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녹즙을 배달하는 강정민. 봉급은 최저임금을 1000원 넘을까 말까 하는 수준이지만 미래의 민주시민을 키우는 미인가 어린이집 가짜 양호교사인 김민주. 꼴리는 그림만 그리다가 그림체가 저질스러워졌고, 귀엽고 동글동글한 학습만화용 그림을 그리다 그림체가 호빵처럼 변했지만 웹툰을 그리고 싶은 강정민. 평생소원인 인도에 가서 여행작가가 되려고 코딱지만큼 적금을 붓고 힌디어를 배우는 김민주.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학력이나 지성이 있을 거라고는 절대로 믿지 않는 한국 사회. 대통령 부인처럼 아주 높은 신분이거나, 낮은 데로 임하여 다른 이들의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는 사람들만이 '여사님'이라고 불리는 한국 사회. 피라미드의 맨 마지막에 위치한 배달원들을 탈탈 털어서 위쪽 사람들을 배부르고 따뜻하게 사는 한국 사회. 거지끼리 동냥자루 찢는 꼴을 만드는 한국 사회. 이런 한국 사회에서 돈 적게 주고 감정 소모해야 하는 일은 여자들이 도맡아야 합니다.

여자가 어떻게, 여자가 감히, 그 말에서 모든 여성 억압, 나아가서 범죄가 시작됩니다. 한국이 여자한테 그렇게 만만한 나라가 아니라서 한국에선 여자가 미친년이 안 되면 살지 못합니다. 생각해. 계속 생각해. 생각하는 걸 그만두면, 그때부터는 정말 지는 거다. 여자로 사는 거 힘들다고 생각하는 걸 멈추면, 그때부터는 진짜 지는 겁니다.

나주집에서 순대국을 싹 비운 강정민과 인도로 간 김민주처럼 김현진 작가는 다음 20년도 계속, 쓰길 바랍니다.

녹즙 배달원 강정민/김현진/한겨레출판 20210428 420쪽 14,000원


덧. 오탈자
  1. 75쪽 10행 메일이 열어 보니 → 메일을 열어 보니
  2. 95쪽 13행 에일에 관한 짧은 시* → 에일에 관한 짧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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