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꾼, 목동, 비평가 - 디지털 거대 기업에 맞서 인간적 삶을 지키는 법

Jäger, Hirten, Kritiker: Eine Utopie für die digitale Gesellschaft, 2018
  • 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구상한 이상 사회는 훨씬 더 유명하다. 1845년 브뤼셀 망명 시절 두 사람은 공통된 이상과 인간적인 호감, 그리고 포도주에 흠뻑 취한 상태에서 처음으로 〈공산주의〉가 무엇인지 정의를 내렸다. 즉 각자가 오늘은 이 일을 하고 내일은 저 일을 하는 것이 가능한 사회, 다시 말해 직업적으로 사냥꾼이나 어부 목동, 비평가가 되지 않고도 그때그때 마음 내키는 대로 아침에는 사냥을 하고, 낮에는 고기를 잡고, 저녁에는 가축을 몰고, 저녁 식사 후에는 비평을 하는 것이 가능한 사회가 공산주의라는 것이다. (8)
  • 미래는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다. 〈미래 연구자〉들은 여전히 단상에서 확신에 찬 어조로 예언을 늘어놓겠지만, 미래는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우리가 어떻게 살게 될 것이냐가 아니라 어떻게 살고 싶으냐이다. (17)
  • 테크놀로지가 임금 작업을 대체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테크놀로지가 통제에서 벗어나 지극히 비윤리적인 목적에 사용될 경우이다. 이러한 현상은 안타깝게도 현재의 강력한 사업 모델들에서 이미 자주 볼 수 있다. 섬뜩한 일이다. 작금의 정보 공학자, 프로그래머, 네트워크 디자이너는 더 나은 미래가 아니라 소수의 이익을 위해 일한다. 그러면서 우리의 삶과 공동생활을 정당한 민주적 절차 없이 바꾼다. (39)
  • 20세기 인간들이 살았던 시간과 공간의 좌표는 해체되었다. 인간이 거기서 공유했던 경험과 동질성은 빠른 속도로 지나간 것과 떨쳐 버린 것이 되었다. 지금껏 우리가 알아 왔던 것처럼 디지털화의 열렬한 대변인들은 우리가 취하는 것들이 좋고 옳은지 묻지 않았다. 우리의 기존 가치와 부합하는지도 묻지 않는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시대의 흐름에 늦지 않게 제때 접속하는 것뿐이다. 이로써 도덕의 문제는 시간의 문제가 되었다. 이제 미래 사회를 결정하는 것은 판단력이나 가치 평가, 동의가 아니라 외부에 의한 강제이다. 이런 의미에서 속도는 도덕성을 뒷전으로 밀어 놓는다. 디지털화가 먼저이고 의심은 나중이라는 것이다.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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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꾼, 목동, 비평가Jäger, Hirten, Kritiker: Eine Utopie für die digitale Gesellschaft, 2018/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Richard David Precht/박종대 역/열린책들 20201130 344쪽 20,000원

인공 지능, 로봇, 자율 주행차, 사물 인터넷, 3D 프린터로 대표되는 제4차 산업혁명은 인간의 노동을 혁신적으로 줄일 것이다. 미래 사회는 '사냥꾼으로서 미지의 새로운 체험을 찾든, 목동으로서 가족과 친구, 그리고 도움이 필요한 다른 사람을 돌보든, 혹은 비평가로서 사회에 대해 숙고하고 사색(287)'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다가올 미래에 펼쳐져야 할 인간적 유토피아이다. '디지털의 미래는 그것의 기술적 예언이 실현되었을 때 축복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지상의 삶을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에게 정말 살아갈 만한 것으로 만들어 줄 때 축복(13)'이기 때문이다.

기계는 일하고 노동자는 노래하는 세계는 가능할까? 이를 위해서 저자는 〈무조건적 기본 소득〉을 도입하자고 역설한다. 기본 소득은 〈노동 불안을 방지하는 사회계약(173)〉이기 때문이다. 기본 소득을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기계세(로봇세)와 금융 거래세를 제시한다. 기본 소득은 꿈도 꾸지 못하는 나라를 위해서는 〈공유 생산〉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산업혁명으로 부를 창출한 국가는 탄소세를 전적으로 부담하고, 천연자원과 자연자원에 대한 약탈을 멈추고 공유지 기금을 조성해야 한다.

이러한 인간적 유토피아는 가능할까? 지구 역사에서 최상위 포식자는 반드시 멸종했다. 지금 최상위 포식자는 인간이다. 거대한 멸종이 다가오는데 한가하게 비치 의자의 위치나 바꾸고 있는 뻘짓을 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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