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주의는 허구다 - 21세기에 능력주의는 어떻게 오작동되고 있는가

능력주의는 허구다 - 21세기에 능력주의는 어떻게 오작동되고 있는가
  • 능력merit은 개인이 갖고 있는 특징이지만, 능력주의meritocracy는 사회가 갖고 있는 특징이다. 능력주의란, 개인의 노력과 능력에 비례해 보상을 해주는 사회 시스템을 뜻한다. 능력주의라는 말은 영국의 사회학자 마이클 영Michael Young이 자신의 풍자 소설 『능력주의의 출현The Rise of the Meritocracy』(1958년)에서 처음 만들어낸 신조어로, 그는 이 책에서 철저하게 지능 지수와 시험 결과, 개인의 능력만을 토대로 운용되는 사회가 실현되면 어떤 모습일지를 상상했다. (12)
  •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온갖 특권을 성공적으로 물려줄수록 자녀들의 삶의 결과는 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상속에 의해 결정된다. (23)
  • 상속주의와 능력주의는 분배의 〈제로섬 게임〉이다. 둘 중 하나가 많아지면 나머지 하나는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금의 상황은 개인의 능력이 소득과 부의 분배에 상속만큼 영향을 끼치지는 못한다. 즉, 상속주의가 능력주의를 앞서고 있다. (38)
  •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는 학교는 사회적, 문화적 재생산의 기구, 즉 〈사회적 계층을 재생산하는 매개체〉라고 강조했다. (56)
  • 교육 기회의 평등은 능력주의 시스템에서 중요한 부분이지만 교육 기회가 평등하게 주어진 적은 거의 없다. 가족의 사회경제저 지위와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특혜들은 교육적인 성취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학교는 사회에 존재하는 기존의 불평등을 오히려 더 반영하고 심화시킨다. (80)
  •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란 근본적으로 당신이 누구를 알고 있는가, 즉 당신이 알고 있는 누군가의 가치를 뜻한다. (85)
  • 또 하나의 비능력적 요인인 문화적 자본cultural capital이란 사람들이 자신이 속해 있는 집단의 구성원으로 온전히 인정받기 위해 알아야만 하는 모든 것, 즉 그 집단의 규범과 가치관, 신념, 스타일, 매너, 학위, 여가 활동, 라이프스타일 등에 대한 지식을 일컫는다. (86)
  • 사회적 자본의 질과 양의 차이 그리고 족벌주의 때문에 교육적, 직업적, 기업가적 성공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불평등해지고 있다. 이런 것들은 개인의 능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오히려 계층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 집단과 커다란 관련이 있다. (100) 문화적 자본은 매우 〈위장된 형태〉로 세습된다고 볼 수 있다. 문화적 자본을 전달하고 습득하기 위한 사회적 조건은 경제적 자본을 전달하고 습득하기 위한 조건보다 좀 더 위장돼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문화적 자본이 〈상속되는 자본〉의 한 형태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오히려 개인의 능력이라고 주장한다. (102)
  • 문화적 자본을 물려받을 때는 아무런 대가도 치를 필요가 없고 그 어떤 제재도 받지 않는다. 그러니 사람들은 문화적 자본이 자녀 세대에게로 세습되는 중요한 자산이라는 사실조차 모른다. 하지만 문화적 자본은 가장 교묘하게 위장되어 세습되는 상속의 한 형태다. (103)
  • 가장 흔한 증여 형태 중 하나로 자녀를 위한 교육비 지출을 들 수 있다. (142)
  • 진정한 능력주의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사회라면 사람들은 오직 능력을 기반으로 출세하고 능력이 부족하면 실패해야 한다. 하지만 부모의 부가 성인 자녀들의 미끄러짐을 방지하거나 적어도 줄여주는 경우가 많다. (144)
  • 부모나 조부모 세대에 비해 이 시기에 개인이 경험한 상향적인 계층 이동은 개인의 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당시 사회의 구조적인 변화 때문이었다. (...) 하지만 이런 사회적인 변화의 물결에 휩쓸린 사람들은 능력주위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오직 자신의 개인적인 능력 때문에 사회적 지위가 높아졌다고 성급하게 잘못된 결론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161)
  • 신엘리트와 신상류층에 대한 이 모든 묘사에는 역사가 리처드 후버가 〈정신력 윤리mind-power ethic〉라고 이야기하는 경제적 성공의 이데올로기가 반영돼 있다. 후버에 의하면, 성공은 정신력에 달린 문제다. 의지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성공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 정신력 윤리의 골자다. 이 윤리는 20세기에 출간된 수많은 자기계발서들을 관통하는 중요한 주제가 되었다. 특히 어떤 장애물이 존재하든 투지와 끈기가 진정한 성공의 비결이라는 개념과도 일맥상통한다. 이런 노리를 적용하면 개인은 자신의 인생 출발점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지만, 인생의 종착점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개인의 못이다. 이런 노리에 의하면 부나 빈곤은 결국 개인의 태도 문제로 귀결된다. (211)
  • 개인적 차별과 제도적 차별은 전통적으로 개인의 능력이라고 여겨져 왔던 것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특징을 근거로 개인과 집단을 불공평하게 처우하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그 차별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무한히 반복될 수도 있다. (269)
  • 여러 종류의 차별 중 단 하나만 겪더라도 삶은 힘들어진다. 여러 가지 차별을 동시에 겪으면 훨씬 더 힘겨워진다. 차별은 능력주의 신화를 이루는 데 방해가 된다. 사실 차별은 능력주의 원칙과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능력과 반대된다. (301)
  • 21세기 능력주의 신화는 〈잘못된 가정〉을 근거로 부자들을 칭송하며 가난한 사람들은 부당하게 비난하는 등 성공과 실패의 원인을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우리 사회에는 항상 부자도 있고 가난한 사람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부자를 칭송해서도 안 되고 가난한 사람들을 비난해서도 안 된다. (334)

능력주의는 허구다The Meritocracy Myth/스티븐 J. 맥나미Stephen J. McNamee, 로버트 K. 밀러 주니어Robert K. Miller Jr./김현정 역/사이 20151125 336쪽 15,500원

"그동안 능력주의는 이상적인 시스템으로 여겨졌으며 사람들은 능력주의를 숭배하기까지 했다. 그 누구에게도 차별적 특혜를 주지 않으며,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며, 타고난 계층 배경이나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상관없이 오로지 개인의 능력에 따라 보상을 제공한다는 논리는 수많은 사람들을 현혹시켰다(12)"고 단언한다. 학교 교육은 〈사회적 계층을 재생산하는 매개체〉이며, 사회적 자본과 문화적 자본을 상속하며 능력주의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사회의 시스템은 공정하고 모두가 똑같은 성공의 기회를 갖는다고 필사적으로 믿고 싶어 한다. 그와 동시에 개인에게는 자신의 재산을 원하는 방식대로 자유롭게 처리할 권리가 있으며 이때 국가의 개입은 최소화되어야 한다고 단호하게 이야기(332)"하지만 두 가지를 모두 가질 수는 없다. 여기서 모순을 확인할 수 있다. "둘 중 하나가 많아지면 나머지 하나는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금의 상황은 개인의 능력이 소득과 부의 분배에 상속만큼 많은 영향을 끼치지는 못한다. 즉, 상속주의가 능력주의를 앞서고 있다(38)." 상속주의와 능력주의는 분배의 〈제로섬 게임〉이다.

능력주의에 대한 오작동과 허구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에 비해 대안은 개혁적이지 않다. 자본주의와 능력주의가 공생하는 현실에서 능력주의 신화를 허무는 자본주의 그 너머에 대한 상상이 없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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