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들 - 루이스 웨인의 웃기고 슬프고 이상한
1880년 부친이 돌아가시자 루이스 웨인은 가장 노릇을 하게 됐습니다. 1881년 12월 10일 처음으로 루이스 웨인의 그림이 잡지에 수록됐습니다. 이듬해인 1982년 교사를 그만두고 《일러스트레이티드 런던 뉴스》의 스태프가 되어 전시회를 취재하며 기사를 쓰고 삽화를 그렸습니다.
1883년 누이동생들의 가정교사로 에밀리 리처드슨(Emily Marie Richardson, 1850~1887)이 왔습니다. 둘은 사랑에 빠지고, 1884년 1월 30일에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루이스 웨인는 스물세 살, 에밀리는 열 살이 더 많았습니다. 독립해 신혼집을 차렸지만 행복은 길지 않았습니다. 에밀리가 유방암 진단을 받고 침대에 갇히다시피 하며 투병 생활을 했습니다. 루이스는 에밀리를 기쁘게 하려고 침대 곁에서 피터라는 새끼고양이를 스케치하며 시간을 보내곤 했습니다.
평범한 삽화가였던 웨인은 피터를 대상으로 수많은 습작을 그렸습니다. 《일러스트레이티드 런던 뉴스》의 사주인 윌리엄 잉그램 경(Sir. William Ingram)에게 고양이 그림 몇 점을 보여주자 그는 두어 점을 잡지에 실었습니다. 1886년 12월에 윌리엄 잉그램 경에게서 크리스마스 특집호에 실을 삽화 의뢰를 받았습니다. 11일이 걸려 완성한 〈새끼고양이들의 크리스마스 파티A Kitten's Christmas Party〉는 약 이백여 마리의 고양이가 등장했고, 곧바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고양이 화가라는 명성이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사반세기 동안 일감이 떨어진 적이 없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에밀리는 남편의 갑작스러운 성공을 나눌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오랜 투병 끝에 1887년 1월 2일 숨을 거두었습니다. 1890년 《일러스트레이티드 스포팅 앤 드라마틱 뉴스》 크리스마스 특집호에 〈고양이들의 크리스마스 댄스〉가 실렸습니다. 1891년부터 1911년까지는 국제고양이클럽 회장과 위원장으로 재직합니다. 1898년 3월에 루이스 웨인에게 첫번째 고양이였던 피터(Peter, 1882~1898)가 죽었습니다.
루이스 웨인이 자기 그림을 다듬어가면서 고양이들은 점점 장난꾸러기 아이들을 닮아갔습니다. 1895년부터 1905년 사이 루이스 웨인이 삽화를 그린 책 40여 종이 출간되었습니다. 1900년부터 1915년 동안 100여 곳 이상의 출판사에서 그가 그린 1100점의 이미지들을 수백만 세트의 엽서에 담아 유럽과 영어권 세계에 뿌렸습니다. 1907년 루이스 웨인의 명성은 최고조에 달했지만 역설적으로 작품을 파는 데는 극도로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루이스 웨인은 저작권을 제한하지 않아 그의 이미지를 이용한 책과 물품들이 빠르게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제1차 세계대전이 계속되는 동안 웨인 가족은 점점 더 가난해졌고, 웨인은 밀려드는 청구서를 그림으로 지불했습니다. 만성적인 적자를 야기한 모자란 사업 감각은 걱정의 원천이었습니다. 1913년 3월 3일에 셋째 누이동생 마리가 죽었고, 1917년 4월 14일 첫째 누이동생 캐롤라인이 사망했습니다. 캐롤라인의 죽음은 웨인에게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웨인은 난폭해졌고 정신적으로 이상해지자 1924년 6월 16일 정신이상 판정을 받고 극빈자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됩니다.
1925년 서점 주인이자 홍보 담당가인 댄 라이더라는 사람이 루이스 웨인을 발견하고 병원을 옮겨 개인 병실에서 지내게 됐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지난 10년간 그의 이름으로 출판된 작품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웨인이 살아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곤경에 처한 화가와 그의 여동생들을 위한 기금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총리도 루이스 웨인이 대중예술에 끼친 공로를 인정하여 그의 세 누이동생에게도 소액의 연금을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1936년 11월 30일, 루이스 웨인에게 뇌졸증 발작이 일어나 침대에서만 지내게 되었습니다. 1939년 1월 14일 둘째 누이동생 조세핀이 사망했고, 7월 4일 루이스 웨인도 숨을 거두었습니다. 그를 추모하는 전시회가 9월에 열렸지만 좋은 시기는 아니었습니다. 세상의 관심은 제2차 세계대전에 쏠렸고, 전쟁이 끝났을 때는 루이스 웨인은 잊힌 뒤였습니다.
1972년 12월 6일부터 1973년 1월 14일까지 빅토리아 앨버트 미술관에서 가장 큰 규모의 루이스 웨인 컬렉션이 전시되었습니다. 박물관 책임자인 브라이언 리드가 쓴 루이스 웨인에 대한 탁월한 논문이 같이 나오면서 그의 작품에 역사적 시각이 더해졌습니다. 1978년 루이스 웨인 작품 66점에 대한 소더비 경매가 이루어졌습니다. 1983년 크리스 비틀스 주식회사에서 웨인의 작품 106점을 모아 전시회를 시작으로 매해 여름에 작품 판매를 겸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타임머신》을 쓴 허버트 조지 웰스(Herbert George Wells)는 "루이스 웨인은 고양이의 스타일을, 고양이의 사회를, 고양이의 세계 전체를 발명했다"고 했습니다. 《타임스》의 비평가는 "수많은 이들에게 단순한 기쁨을 전한 이로서, 루이스 웨인은 기억될 가치가 충분하다"는 묘비명을 썼습니다.
350여 점의 작품과 해설을 비롯하여 루이스 웨인(18600805~19390704)이 기고한 글과 인터뷰를 소개하는 저자는 이렇게 평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시대에 많은 찬사를 받았던 반짝 천재였고, 한 세대 혹은 그 이상의 기간 동안 잊혔으며, 이제 굳건한 평판을 누리며 다시 자리매김했다. 그 명성은 그가 한창때 그려내던 재빠른 스케치들보다는 그의 빼어나면서도 사려 깊은 후기 작품들에 기반하고 있다."
고양이들Louis Wain's Cats, 2011/크리스 비틀스Chris Beetles/최민우 역/저공비행 20120727 348쪽 23,000원
덧. 루이스 웨인의 전기를 그린 영화 〈루이스 웨인 사랑을 그린 고양이 화가, 2022〉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