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와의 랑데부

Rendezvous with Rama, 1973
2130년 무렵, 행성연합은 수성, 지구, 달, 화성, 가니메데, 타이탄, 트리톤으로 구성됐지만 행성보다 위성이 더 많아 시끄럽습니다. 일곱 멤버가 각각 거느리고 있는 위성을 대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행성연합의 본부와 회의장은 지구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달에 있습니다.

우주 파수대는 거대한 운석이 지구의 방호망을 뚫을 수 없도록 새로운 소행성들을 찾아내고 있었습니다. 문제의 소행성이 처음 발견되었을 때는 형식적으로 31/439로 이름 지어졌습니다.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큰 소행성으로 밝혀지자 힌두의 신전에서 빌려와 이름을 짓게 됐습니다. 31/429는 '라마'가 되었습니다. 탐사위성이 1만 킬로미터 밖에서 찍은 영상에는 회전하는 원통의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기하학적으로 완벽한 50킬로미터 높이의 원기둥으로 지름이 20킬로미터에 이르는 보일러 통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인데버호는 수명이 다 된 행성 추적 신호기를 확인하여 회수하거나 다시 설치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라마와 랑데부를 시도할 수 있는 유일한 위치에 있었습니다. 인데버호가 겨우 따라잡았을 때 라마는 이미 금성의 궤도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인데버호 선장인 노턴과 선원들은 40일 뒤면 근일점에 다다라서 태양을 스쳐 지나게 될 라마의 표면에 착륙하여 탐사를 시작합니다.

소설은 해답을 구하는 것보다 질문을 던지는 소설입니다. 라마에 처음 들어가려고 문을 열 때부터 시작합니다. 노턴 선장은 무의식적으로 지구와 같은 방향으로 장치를 돌리지만 꿈쩍도 하지 않자 반대방향으로 돌려서 엽니다. 행성연합이나 라마 위원회는 의견이 둘로 나뉩니다. 라마는 '3의 여분을 갖는 미학'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3중의 3중 형태를 가진 구조물도 있습니다.

라마의 추진 동력은 뉴턴의 제3법칙을 무시하고 태양의 가장자리를 스치며 아련히 빛나는 우주의 한구석으로 날아갔습니다. 탐사한다며 내부를 휘젓고 다닌 노턴과 선원들은 물론 수소폭탄을 쏜 지구인들에게 해코지는커녕 일언반구도 없이 말이죠. 라마인들이라면 수소폭탄을 쏘는 선택 말고 어떤 행동을 했을까요? 뉴턴의 제3법칙을 무시하고 떠난 라마는 앞으로 2대가 더 올까요? 그때쯤 행성연합은 이들을 맞을 준비가 돼 있을까요?

라마와 같은 신의 경지가 아니라면 인간이 여태까지 축적한 모든 영역에서는 해답을 찾을 수 없습니다.

라마와의 랑데부Rendezvous with Rama, 1973/아서 C. 클라크Arthur C. Clark/박상준 역/아작 20170319 380쪽 14,800원


덧. 오탈자
130쪽 10행 물로 → 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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