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산둘레길 거북바우길을 걷다

치악산 둘레길 8코스 거북바우길 Geobukbaugil
거북바우길
거북바우길 이정표 Geobukbaugil
7월 13일 토요일에 치악산둘레길 8코스를 걸었습니다. 원주 시내버스 22번 석동종점에서 출발해서 용소막 성당에 이르는 거북바우길입니다.

정선전씨 열녀비
이 비는 열녀 정선전씨의 열행을 기리기 위하여 면민이 건립한 것이다. 열녀 전씨는 함경도에서 이곳 신림면 구미통에 이주하여 단란하게 살다가 남편이 병들어 극진한 간호에도 불구하고 죽었다. 절개가 굳은 전씨는 남편이 죽은 방에서 한 발도 밖에 나오지 않으며 음식을 먹지않고 있다가 9일만에 남편을 따라 죽었다. 열녀 전씨를 기리기 위하여 1920년 5월에 이 비를 세웠다.

거북바우길 삼거리 초입에 있는 〈염신식의 처 정선전씨 열녀비〉입니다. 가당찮은 사연은 차치하고 열녀비에 남편을 따라 죽은 전씨의 이름조차 전해지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벌통 wooden beehive
벌통 wooden beehive
포장도로를 따라 오르막길을 30여 분 걸으면 구학산주차장이 나옵니다. 차량 이동을 제공하는 도우미가 있으면 여기까지 차를 타고 이동하세요. 그늘 없는 경사진 도로여서 무지 덮고 거북바우길 코스에서 제일 힘든(?) 구간이었습니다. 구학산주차장을 지나 흙길과 그늘이 시작하는 곳에 놓인 벌통입니다. 여름에는 그늘지고 통풍이 잘되는 곳에 벌통을 놓는다고 합니다.

천남성 arisaema
우리나라 산속 그늘지고 습한 곳에서 자라는 천남성(天南星, arisaema)입니다. 맹독성 식물로서 장희빈에게 내린 사약이 천남성 뿌리로 만든 가루였다고 합니다. 뿌리뿐만 아니라 잎이나 줄기, 열매에도 독성이 있답니다. 열매가 익으면 빨갛게 변합니다.

산수국 Tea Of Heaven Mountain hydrangea
이끼 Moss
거북바우길에서 산수국(山水菊, Tea Of Heaven, Mountain hydrangea)을 많이 봤습니다. 거북바우길이 유난히 습해서 그런지 바위에 사는 이끼는 초록초록하고 싱싱하더군요. 산수국은 한국과 일본이 원산지라고 합니다. 산수국 가장자리에 핀 꽃은 헛꽃(무성화)입니다. 아주 작은 진짜 꽃송이가 벌이나 나비 눈에 잘 띄지 않아 헛꽃으로 유혹한다고 합니다.

거북바우 Geobukbau
거북바우 Geobukbau
드디어 거북바우길 중간지점에 있는 거북바우를 만났습니다. 거북이를 닮았다고 우기고 있습니다.

죽은 나무
나무가 죽었습니다. 병충해를 입었는지 나뭇잎이 바싹 말라 뼈대만 남았습니다. 그렇게 나무는 다른 나무를 위한 거름이 될 겁니다.

산딸기
영화 산딸기2
설탕에 중독된 혀로 맛보는 산딸기는 옛날처럼 달지 않았습니다. 산딸기만 보면 그 시절 영화 〈산딸기〉 시리즈가 생각납니다. 왜 그런지는 정말(?) 모르겠습니다.

구학전망대
거북바우길 점심 김밥
구학전망대에 도착했습니다. 숲과 나무로 이어진 그늘이 끝나는 지점으로 여기부터 용소막성당까지 내리막길입니다. 점심으로 김밥을 먹고 편의점에서 사 온 얼음에 커피를 섞어 경치를 보며 마셨습니다.

옥수수수염
할배 옥수수가 되려면 아직 멀었다며 혈기 왕성한 젊은 옥수수는 읍내 미장원에서 힙하게 염색했답니다. 그 말을 듣고 둘러보니 같은 미장원에 단체로 다녀왔는지 묘하게 비슷한 핑크, 레드, 짙은 퍼플로 염색한 또래 옥수수가 줄을 맞춰 있더군요.

용소막성당 龍召幕聖堂
거북바우길 행로 Geobukbaugil track
마침내 용소막성당(龍召幕聖堂)에 도착했습니다. 용소막성당은 처음에 초가집이었다가 3대 시잘레(Pierre Chzalle) 신부가 1914년에 건축을 시작해 1915년 가을에 완공했답니다. 성당은 일제강점기에 일본군이 종(鐘)을 공출했고, 한국전쟁 때는 공산군이 창고로 사용하는 등 수난을 겪기도 했습니다. 용소막성당은 1986년 5월 23일 강원도 지방유형문화재 106호로 지정되었고, 원주8경 중 하나입니다.

치악산둘레길 8코스 거북바우길은 "이것이 둘레길이다"를 보여주는 모범적인 길이었습니다. 흙과 낙엽으로 이어진 길은 폭신폭신했습니다. 길은 경사가 완만해 걸음마만 할 줄 알면 사부작사부작 걷기 안성맞춤인 둘레길이었습니다. 거북바우길은 들머리에서 구학산주차장, 구학전망대에서 날머리 용소막성당 구간을 빼곤 그늘진 숲길입니다. 사부작사부작 걷다가 바람까지 불면 시원하고 상쾌해서 치악산둘레길 중 최고였습니다.


덧. 치악산둘레길 거북바우길(8코스)과 경로를 절반쯤 공유하는 원주굽이길 구학산둘레숲길(13코스)은 구학산주차장에서 출발해서 원점회귀하는 그늘지고 경사가 완만한 길입니다. 꽃 피는 봄철에 걷기로 했습니다.

Comments

  1. 치악산 둘레길 경치 잘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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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평탄한 길을 걷고 싶으시다면 구학산둘레숲길이 으뜸입니다. 봄, 가을에 걸으면 참 좋을 듯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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