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른트 하인리히, 홀로 숲으로 가다

A Year in the Maine Woods, 1994
  • 직업은 동식물 연구가이자 과학자이지만 나 또한 한 사람의 인간이다. 내가 어떤 일을 꿈꾸고 원하든 간에, 결국 내가 하는 일이 곧 나 자신이다. 지난 25년 동안 나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왔다. (...) 그러나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은... 숲으로 가는 것이다. (6)
  • 우리의 목적지는 메인 주 서쪽에 있는 애덤스 힐이다. 한때는 농장지역이었으나 지금은 내가 거주할 작은 터를 제외하고 전부 숲으로 바뀌었다. (18)
  • 메인 주 이쪽 부근의 삶은 나무와 숲을 빼고는 상상할 수 없다. 어떤 사람은 나무를 땔감으로 쓰고 어떤 사람은 먹고살기 위해 나무를 잘라낸다. 많은 사람들이 종이, 터보건, 설상화, 사과 박스, 카누를 만들어서 생계를 유지한다. 이 모든 것이 나무로부터 나온다. 나무는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의 생명줄인 것이다. 이것이 문제다. 용도가 다른 두 개의 나무가 있는 것이다. 나무는 목재wood가 되기도 하고 숲woods을 이루기도 한다. (41)
  • 우리 인간은 곤충들이 알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우리 또한 의미도 모른 채 살아남기 위해서 무작정 하고 있는 일들이 많지 않을까? (93)
  • 나는 과거나 미래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에 매료되었고 과거나 미래에 얽매이지 않았기에 주변의 멋지고 아름다운 풍경 속에 잠길 수 있었다. 과거와 현재가 아주 가까우면서도 영원한 느낌으로 포개지는 것 같았고 나 자신이 사라지는 것처럼 느껴졌고 마치 큰까마귀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156)
  • 진화는 무엇인가를 '덤'으로 만들지 않는다(가끔 우연히 그런 결과가 나오기도 하지만). 왜냐하면 모든 것을 만들어내는 데는 대가가 따르기 때문이다. (162)
  • 다람쥐는 어디에다 구멍을 냈는지 기억하고 따뜻하고 해가 잘 드는 날을 기다렸다가 짠-하고 메이플 시럽을 마신다. 나는 다람쥐가 나무에서 나무로 달려가는 것을 보았는데 녀석은 구멍을 뚫어놓은 나무-오직 그 나무에만-로 바로 올라갔다. 나중에 나도 다람쥐가 만든 진한 메이플 시럽과 사탕을 긁어모았다. (296)
  • 만약 나무가 몇 년 동안 연속으로 풍년이 든다면 씨앗을 먹는 포식자들의 수가 급격히 왕성하게 증가하고, 그들은 이 믿을 수 있는 먹잇감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믿음직하게 먹이를 생산하던 유기체들은 식량 공급이 보틀넥(생산 요소 부족에 의한 장애) 한계에 이를 때까지는 믿음직하게 재생산을 한다. 하지만 올해 포식자들에게 먹이 공급을 중단함으로써 나무들은 생산 확대를 멈추었다. 현재 재생산을 하지 않음으로써 향후 몇 년에 걸쳐 생산될 배아가 반드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돕는다. 그 결과 그들의 포식자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사전에 막게 되는 것이다. (364)
  • 씨앗 하나에는 나무의 배아세포가 들어 있고 그 안에 정보가 나무를 만든다. 그 정보는 땅이라는 자궁에 뿌리라고 불리는 탯줄로 연결되어 심어지면 활짝 피어나게 된다. 한 그루의 나무가 자라는 것은 믿기 어려운 확률을 뚫고 이루어내는 탁월한 성취다. 한편 자연의 관점에서 보면, 나무마다 평균적으로 다른 나무 한 그루를 재생산하게 된다고 장담할 수 있다. 현대사회 인간의 관점과 너무나 다르다. 모든 인간의 생명에 '권리'가 있고, 어떤 개체가 자라는 데 필요한 이상적인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면 우리는 그것이 누구의 잘못인지 찾으려고 한다. 우리는 삶이 '원래' 어때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나무에게 그리고 대부분의 다른 생물에게 삶이란 그 자체로 '제비뽑기에서의 행운'과도 같은 것이다. 모든 성공에는 행운이 뒤따라야만 한다. 개인적인 차이는 중요하지만, 대부분은 동등하게 태어난다. (312)

베른트 하인리히, 홀로 숲으로 가다A Year in the Maine Woods, 1994/베른트 하인리히Bernd Heinrich/정은석 역/더숲 20160919 386쪽 16,500원

1940년에 태어난 저자는 25년 넘게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숲으로 갔다. 책은 오두막집에서 보낸 첫 일 년간의 기록이다. 직접 지은 통나무 오두막은 전기나 수도도 없고, 물은 900미터 아래에 있는 우물에서 길어다 먹어야 한다. 변소 구덩이도 직접 파서 만들어야 했고, 수시로 통나무를 자르고 직접 패서 장작을 준비했다. 겨울을 나기 위해 오두막의 틈새도 메웠다.

겨울 오두막에 들어온 흑파리를 청소기로 빨아들여 세어보니 1만 2,800마리였으며 9컵 반의 분량이라는 것도 알았다. 봄이 되니 월동하던 파리떼가 다시 나타났다. 3일 동안 각각 1600, 900, 400마리를 청소기로 빨아들였다. 다람쥐는 숨겨둔 사과를 어떻게 찾는지 알아보는 실험도 했다. 겨울을 나는 유충의 몸에는 부동액 성분이 많았고, 맛을 보니 글리세롤의 단맛도 났다. 잡아 놓은 쥐들을 해동해서 빵가루를 묻히고 오븐에 졸여서 먹기도 했다. "올 한 해 동안 나는 매일 산을 바라보면서 지냈다. 몇 시간씩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냈다. 며칠씩, 아마 몇 주 동안. 하지만 그런 시간이 전혀 낭비로 생각되지 않는다(334)"고 했지만, 하루하루가 관찰과 기록의 날이었다.

일기 곳곳에 달리를 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알고 보면 저자는 장거리 달리기 선수였다. "올해의 Ultrarunner"로 선정되기도 했고, 2007년에 미국 울트라러닝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도시와 달리 불편하게 보이는 오두막 생활이 저자에게는 호사스러운 삶으로 보인다. "맥주를 직접 만들어 마시고, TV를 없애버리고, 고기를 사냥해서 먹고, 오두막을 직접 만들고, 기분이 내키면 아무 데나 오줌을 갈길 수 있(7)"을 뿐만 아니라 숲 전체가 호기심을 자극하는 생명들로 가득하기 때문일 것이다. 생태학계의 자연인이라며 최재천 교수가 가장 부러워하는 천재 과학자로 꼽았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