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영, 식물 상점으로 전력 질주하길 바라지 않는 소설가

식물, 상점
쓸데없는 것들을 잡아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식물들은 사람이나 동물처럼 발이 달리지 않아서 스스로 몸을 움직일 수 없지만 그 대신 어느 땅에 내리는 놀라운 생명력을 보여주는 존재들"입니다. "나고 자라는 장소는 복불복일지언정 주어진 환경에 최선을 다하고, 재해를 만나더라도 말없이 생존을 위해 노력하는" 식물은 여성과 닮았습니다. 유희는 "사람도 식물처럼 다듬으면 나을 수 있다고, 조금 손보면 더 옳은 방향을 향해 걸어갈 수 있다"고 여겼습니다. 어느 날부턴가 그 믿음은 유희를 거쳐 간 남자들 때문에 깨졌고 몇 번의 고비를 넘기며 살아남았습니다.

유희는 주황과 초록으로 색칠한 당근 모양의 물뿌리개를 들고 마당에 서서 자신이 밟고 있는 땅바닥을 한참 내려다봤다. 끊임없이 여자를 괴롭히던 남자들. 그들은 마치 보이지 않는 굵은 선이 머리 위로 이어져 있는 것처럼 공통점이 있었다. 그들이 자기 감정을 의도적으로 표출하는 대상은 정해져 있었다. 어쩌다 그들과 엮인 여자들에게서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결국 시발점을 찾아 말끔하게 지워야 했다. 유희는 그동안 '식물, 상점'을 거쳐 간 여자들을 떠올렸다.

유희는 죽여주는 식물 상점을 운영합니다. 세상에 쓸데없는 것들을 잡아줍니다.

전력 질주
체육을 싫어했던 허진은 의사의 권유로 수영에 입문했습니다. 지금은 바다 수영이 마지막 목표일 정도로 동호회 사람들 사이에 타고났다는 말을 듣습니다. 바닷가가 고향인 김설은 수영은 젬병이지만 어릴 때부터 달리기가 좋았습니다. 단 한 번도 달리기가 힘들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둘은 우연히 같은 장소에서 맞닥뜨린 재난 상황에서 서로 도우며 생존했습니다. 허진과 김설은 "갑자기 재앙과 재난이 도래한다 할지라도 그 누구도 혼자가 아님을, 손과 등을 잡아 주고 일으켜 세워주는 누군가 있음을 실감하며 안심하고 한 발 가까스로 내딛"으며 생존을 위해 전력 질주했습니다. 초코라는 강아지와 함께.

"우리가 대항해야 하는 무언가를 바라보며,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움직이는 허진과 김설이 있습니다. "여자들의 이름이 기억되고 여자들이 다치거나 죽지 않는 세상"을 만들려고 유희는 대항합니다. "완전히 행복하지 않더라고 이전보다 나은 삶"으로 질주하려고 유희는 세상에 쓸데없는 것들을 제거합니다. 세상이 이전보다 나아지지 않았다면 죽여주는 식물 상점으로 전력 질주하세요.

강민영 작가를 알게 된 것은 반려견 슈 덕분입니다. 《부디, 얼지 않게끔》에서 공존을 위한 연대를 발견했다면 《전력 질주》는 생존을 위한 연대, 《식물, 상점》에서는 행동하는 연대를 읽었습니다. 그 바탕에는 소설 《완전사회》처럼 지금보다 나은 세상을 꿈꿉니다. 작가는 식물 상점으로 전력 질주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쓸데없는 짓을 하지 말라고 경고합니다.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고 움직여야 합니다.


덧. 인용문은 모두 《전력 질주》와 《식물, 상점》 글과 작가의 말입니다. 재쇄 찍어 공동집필작가인 반려견 슈에게 발도장 사인을 받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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