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들은 왜 산으로 갔을까

내 친구들은 왜 산으로 갔을까 - 노르웨이 코미디언의 반강제 등산 도전기
돌멩이 때문에 친구를 잃었다. 지인들이 페이스북에 산 사진을 올리며 사라졌다. 그들은 자연을 선택했다. 일상의 번잡함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은커녕 일상의 번잡함을 사랑하고, 인간과 도심이 만들어내는 소리를 매우 좋아하는 사람이 세월이 흐를수록 비슷한 사람들이 주위에서 사라졌다. 그들은 자연 속에서 걷는 사람들이 됐다.

지은이는 청년기까지 축구선수였고, 걷는 것을 좋아한다. 산으로 간 지인들과 달리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서 걷는 것을 더 좋아한다. 하지만 의아한 것이 있다. 자연을 앞에 두고 있으면 우리가 얼마나 미미한 존재인지 깨달을 수 있다는 말을 들으면 평소에 얼마나 자신을 대단하게 생각했으면 자연을 앞에 두었을 때 비로소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일까.

사람들은 유머 감각과 머리숱을 잃어버리는 시기에 등산을 시작한다. 자연에 홀린 듯 자연에 빠져드는 것을 보니, 그 근간에는 분명 내가 이해하지 못한 무언가가 존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한 번은 시도해봐야 하지 않을까. 귀찮음과 유머의 상실을 두려워하지 않고 왜 그토록 자연에 집착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산으로 가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오슬로 도심에서 커다란 배낭을 메고 출발했다. 산장에서 만난 이들은 모두 산에 올라갔다 와서 원시인이 된 모양이다. 더 강해진 것 같은 느낌은 물론이고, 자기 안에 있는 줄도 몰랐던 허세를 내보이고 있었다. 자연은 우리를 평가하지 않기 때문에 자연 속에서는 아무도 우리의 말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며 허세를 떨었다. 일주일 동안 시간을 보냈지만, 산은 위에서 보는 것보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것이 여전히 아름답게 느껴졌다. 등산가들은 산장에서 산장으로 움직이면서 잠자리에 드는 사람들로 보였다.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다시 산으로 갔다. 부활절 휴가 직전 인 3월 말이었다. 스키를 타고 산장에 묵으며 가능한 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것이 목표였다. 장비 담당자와 걱정 담당자 그리고 지난번 산행에 동행한 기록 담당자와 함께였다. 시가릴로와 술병도 챙겼다. 산장과 산장을 스키를 타고 이동했다. 차가운 도시락을 먹고, 시가릴로를 피우고, 기록 담당자의 내면의 전쟁도 목격하고, 네댓 개의 물집을 얻고, 스키폴과 스키화가 망가지는 여정이었다. 가파른 마지막 내리막길만 남았다.

갑자기 눈앞에 넓디넓은 들판이 펼쳐졌다. 그곳에는 자연에 빼앗겼던 친구들이 모여 있었다. 노르웨이는 집 안에서 가만히 앉아 있도록 설계된 나라가 아니라며, 다른 이들이 꿈꾸는 바로 그런 삶을 살고 있다며, 얼른 합류하라며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목적지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중요하지 않았다. 자연 속에서 걷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내 친구들은 왜 산으로 갔을까Hyttebok fra helvete/아레 칼뵈Are Kalvø/손화수 역/북하우스 20211122 472쪽 1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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