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면 앞으로 간다 - 정지된 일상을 깨우고, 앞으로 나아가는 법

자전거를 타면 앞으로 간다 - 정지된 일상을 깨우고, 앞으로 나아가는 법
누구나 자전거에 관한 추억 하나는 있습니다. 어느 날 "어디에나 있고 손을 뻗으면 누구나 쉽게 마주할 수 있는 물건"이었던 자전거가 반짝이며 지은이를 찾아왔습니다. 그렇게 자전거 출퇴근족이 됐고, 멀리 가거나 모르는 길도 자전거를 타고 쏘다녔습니다. 그러다 조금 빠른 자전거를 타고 싶은 아주 작은 소망이 생겼습니다. 체력이 좋아졌는지 바퀴가 클수록 더 멀리 더 쉽게 달린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성능과 가격이 어마어마한 로드바이크를 장만했습니다. 2016년에 구매해서 지금까지 타고 있습니다. 세월을 생각하면 본전은 뽑은 것 같습니다.

반려견 슈가 자전거 바퀴에 오줌을 쌓습니다. 실내 배변은 화장실에서만 하던 천사처럼 내성적인 슈가 값비싼 자전거에 일부러 실수한 것 같습니다. 자기 대신 자전거와 밖으로 나가는 걸 질투했나 봅니다. 언니와 집을 나서던 건 자기뿐인데 듣보잡 물체가 불쑥 끼어들어 자기 자리를 차지한 걸로 보였지 싶습니다. 자전거 앞에 슈를 앉혀 놓고 한마디 한 이후로 다시는 실례를 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기회를 노리다 적재적소에 따끔하게 불만을 표시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이제 슈는 자전거를 신경쓰지 않습니다. "슈는 무심한 눈으로 '또 자전거를 타니?'라는 표정을 짓곤 제자리로 돌아가 잠을 청(87)"합니다. "자전거를 타고 며칠 여행을 다녀오면 꽤 오랜 시간 저전거 바퀴의 냄새를 맡곤 하지만(88)" 그뿐입니다. "한층 의젓해져 세상사에 초연한 듯 보이는 슈는, 이제 자전거 따위엔 심드렁한 눈빛"을 보냅니다. 참지 못하는 언니랑 성격이 너무 다른 천사 강아지가 분명합니다.

라이딩하다 맞바람을 만나면 속력을 조금 낮추면 사소한 일들이 눈에 들어 옵니다. 사람 사이도 그렇습니다. "잠시 속도를 늦출 때 서로가 잘못하고 있는 일들, 맞지 않는 태도 혹은 필요 이상으로 신경쓰고 있는 일들을 조율할 수 있게" 됩니다. 팀 라이딩은 자전거를 혼자 타는 한계를 극복합니다. "혼자 달리면 고스란히 감내해야 하는 여러 장애점을 나눌 수 있고, 팀 안에서라면 체력을 비축할 수 있기 때문(110)"입니다. 선두에 서는 사람은 '바람막이'가 되고, 선두 뒤부터는 "체력을 비축하다가, 선두의 체력이 한계에 다다르면 일정한 규칙에 따라 선두와 순서를 차례(110)"로 바꿉니다. 팀 라이딩은 역할 분담입니다. "좀 더 멀리가기 위해, 좀 더 체력을 비축하거나 정신적 고통을 줄이기 위해 택하는 팀 라이딩은 어떻게 보면 인간 관계나 사회생활의 구조(112)"와 닮았습니다. "함께 같은 곳을 보고 달리면, 좀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사실(113)"은 자전거와 인간이 닮았습니다.

1900년대에는 여성과 자전거를 떼어 놓기 위해 거짓으로 점철된 각종 보고서를 들이밀던 이들이 있었다. 왜였을까? 자전거는 스스로 발을 굴려 어디든 이동할 수 있는 수단으로, 이를 통해 여성도 자유롭게 여행하고 이동할 수 있었다. 당시 어떤 이들은 이로 인한 여성의 자유를 억압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도 했지만. (148)

"이 세상에서 자전거만큼 여성을 해방시킨 것은 없다.(148)" 미국의 여성 참정권 운동가 수전 앤서니의 말입니다. 여성이 "지금 자전거를 타고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는 건, 저절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수많은 편견의 무덤을 딛고 얻어낸 것(149)"입니다. "자전거는 오래전부터 페미니즘과 뗄 수 없는 연관성(148)"을 가져왔습니다. 지금도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역행해서는 안 됩니다. 맞바람을 헤치며 자전거를 타고 앞으로 가야 합니다.

자전거를 타면 앞으로 간다/강민영/휴머니스트 20221025 200쪽 16,000원


덧. 오탈자
155쪽 16행 자전거는 사람들이 인도로 다닐 수 없다. → 자전거는 사람들이 다니는 인도로 다닐 수 없다. 혹은 자전거는 인도로 다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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