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와 좌파

정의상 진보란 본래 지금 우리에게 없는 것이다. 이미 성취된 것은 진보라고 하지 않으며, 오로지 미래에(내일 아침이라면 제일 좋겠다) 성취되어야 할 어떤 것만이 진보가 된다. 앞의 세대가 이루어 놓은 일을 진보라고 인정하기가 어려운 것은, 그토록 힘들게 싸워 이루어 놓은 것들이라는 게 조금만 지나면 원래부터 당연히 그랬어야 할 정상적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 수전 니먼(234)

'좌파'란 사회경제적 차원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 다수의 사람들이 안녕을 보장받고 스스로의 삶을 피워낼 수 있도록 다종다기한 활동을 벌이는 집단을 뜻한다. 그중에는 자본과 국가 권력에 맞서는 투쟁과 싸움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피폐해진 사람들의 물질적·정신적 삶을 보호하고 복구하기 위한, 즉 삶을 다시 구축하기 위한 여러 활동이 있으며 그 가운데에서 우리 모두 모래알같이 파편화된 개인을 넘어 함께 살아가며 사회를 이루는 이웃이요, 형제자매였음을 회복하면서 사회 전체를 재구성해나가는 활동까지도 포함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비단 사회경제적 차원에서의 투쟁과 요구만이 아니라, 사람다운 사회가 건설되는 데에 필요한 여러 정치적·도덕적·미학적·문화적 요구로 전선을 계속적으로 확대해나가는 집단을 뜻한다. - 홍기빈(284)

워크는 좌파가 아니다Left Is Not Woke, 2023/수전 니먼Susan Neiman/홍기빈 역/생각의힘 20240425 296쪽 19,000원


워크는 좌파가 아니다 Left Is Not Woke, 2023
워크Woke는 1938년 "깨어 있으라stay woke"는 노래 구절에 등장한 것이 그 기원이다. 블루스 가수인 레드벨리Leadbelly가 1938년에 발표한 노래 〈스코츠보로 소년들Scottsboro Boys〉은 "억울하게 강간죄를 뒤집어쓰고 사형 선고를 받았다가 오랜 국제적 항의로 누명을 벗게 된 아홉 명의 흑인 소년에게 헌정된 노래(15)"였다. 이후 "불의에 맞서 깨어 있고 차별의 여러 증후를 언제나 감시할 것을 뜻했다(6)".

워크는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전성기를 맞이했다. 오바마 시절에 정치적 의식을 갖게 된 이들은 그 자리에 트럼프 가족이 들어선 모습에 심한 충격을 받았다. 낙담한 오바마 시절의 아이들이 미국 캠퍼스에서 워크 운동을 일으켰다. "시대에 뒤처질 것을 두려워하는 출판사, 대학 교수, 대기업이 부랴부랴 이 청년들의 추세를 따라잡으려고 나서는 바람에 워크 운동은 금세 세대 간 분열을 넘어서 그 이상의 운동이 되었다. 상황이 이렇게 변하자 처음에는 이를 미국의 문제라고 금방 무시해버렸던 유럽인들 또한 허둥지둥 달리는 기차 위에 올라타게 되었다(246)".

워크는 "권력의 불평등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정의 개념은 옆으로 아예 밀려날 때가 많고, 모든 역사는 범죄의 역사라고 결론을 지어버릴 때가 많다(20)"고 수전 니먼이 지적하며 워크는 좌파가 아님을 밝힌다. 좌파라는 이름을 찾아오려고 애쓰지만, 둘을 구별해야 하는지 불편해서 설렁설렁 읽었다.

수전 니먼이 밝힌 진보와 책을 옮긴 홍기빈 소장의 좌파에 대한 생각을 상기하려고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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