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 이훤

너는 내가 버리지 못한 유일한 문장이다
온량한 단어를 오래 모으면
울창해질 거란 믿음이 시작한 일

손끝에서 이파리가 쏟아지는 꿈을 꿉니다

빛 같은 잎들이 읽히고

빚 같은 과오들 떨어져 나가는

너는 내가 버리지 못한 유일한 문장이다/이훤/문학의전당 20160823 138쪽 9,000원

자물쇠 같던 낱말들 누가 부러뜨려 놓고 갔습니까1

한 사람을 헤아리는 일만큼 치열한 일이 있을까2

희망은 갑자기 온다3

일 년 동안 나는 몇 번이나 다시 태어났습니까4

네가 버리지 못하는 유일한 문장이 되고 싶다5

그대도 오늘 누군가에게 위로였다6

너에게 안부를 전하고 싶어
화분을 들였다

아침마다 바람이 답장을 두고 갔다7

분주하지 않은 채점표를 들고 신(神)은 아직 관조합니다8

나는 오래 멈춰 있었다

한 시절의 미완성이 나를 완성시킨다9


나는 그대가 버리지 못하는 유일한 답장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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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역자
  3. 온다
  4. 특별한 날이라며 케이크를 먹었습니다
  5. 욕심
  6. 그대도 오늘
  7. 편지
  8. 어느 계급주의 사회의 화창한 하루
  9. 철저히 계획된 내일이 되면 어제를 비로소 이해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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