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 친화력으로 세상을 바꾸는 인류의 진화에 관하여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 친화력으로 세상을 바꾸는 인류의 진화에 관하여 Survival of the Friendliest, 2020
  • 생물학자들의 죄가 크다. 우리는 오랫동안 자연을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며 피도 눈물도 없는 삭막한 곳으로 묘사하기 바빴다. 그리고 그 죄를 죄다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의 '적자생존Survival of the fittest'에 뒤집어씌웠다. '적자생존'은 원래 다윈이 고안한 표현도 아니다. 다윈의 전도사를 자처한 허버트 스펜서Herbert Spencer의 작품인데 앨프리드 월리스Alfred Wallace의 종용으로 다윈은 《종의 기원》 제5판을 출간하며 당신 이론의 토대인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을 대체할 수 있는 개념으로 소개했다. 그러나 다윈의 죄는 거기까지다. 《종의 기원》은 물론,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과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에서 그는 생존투쟁(struggle for existence)에서 살아남는 방법이 오로지 주변 모두를 제압하고 최적자the fittest가 돼야만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다양한 예를 들어 풍성하게 설명했다. 그의 후예들이 오히려 그를 좁고 단순한 틀 안에 가둔 것이다. 이 책은 그 틀을 속 시원히 걷어낸 반가운 책이다. (4)
  • 협력은 우리 종의 생존에 핵심이다. 우리의 진화적 적응력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적자'라는 개념이 '신체적 적자'와 동의어가 되었다. 이 논리를 야생에 대입하면, 덩치가 클수록 더 싸우려 들며 그럴수록 덤비려는 자가 적고 따라서 성공할 가능성이 더 크다. 그러므로 최상의 먹이를 독차지할 수 있고 가장 매력 있는 짝을 얻을 것이며 가장 많은 후손을 낳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지난 150년 동안 이 잘못된 '적자'의 해석이 사회운동, 기업의 구조조정, 자유시장에 대한 맹신의 바탕이 되어왔으며, 정부 무용론의 근거로, 타 인구 집단을 열등하다고 평가하는 근거로, 또 그런 평가가 야기하는 결과의 참혹함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이용되어왔다. 하지만 다윈과 근대의 생물학자들에게 '적자생존'이란 아주 구체적인 어떤 것, 즉 살아남아 생존 가능한 후손을 남길 수 있는 능력을 가리키며, 그 이상으로 확대될 개념이 아니었다.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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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Survival of the Friendliest, 2020/브라이언 헤어Brian Hare, 버네사 우즈Vanessa Woods/이민아 역/디플롯 20210726 396쪽 22,000원

진화론을 배우며 우성과 열성이라는 용어 때문에 우열(優劣)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인류 진화도〉는 적자생존이 당연하다는 인식을 심었습니다. 적자생존은 '신체적 적자생존'과 동의어가 되어 우월한 종이 더 잘 생존한다는 오해를 낳았습니다. '가장 잘 적응한 개체 하나만 살아남고 나머지 모두가 제거되는 게 아니라, 가장 적응하지 못한 자 혹은 운이 나쁜 자가 도태되고 충분히 훌륭한, 그래서 손에 손잡고 서로에게 다정한 개체들이 살아남는 것(6)'이라는 학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책은 자기가축화 가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개는 사람이 늑대를 길들여 가축화한 것이 아니라 친화력(다정함) 높은 늑대들이 스스로 가축화했다는 가설입니다. 아울러 사람이라는 종도 친화력이 높아 스스로 가축화 되어 지금까지 멸종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개와 인간은 우정, 사랑, 공감, 협력, 친화력과 다정함으로 자기가축화에 성공했습니다. 얼마나 많이 죽였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친구를 만들었냐가 살아남을 수 있는 비결이라고 알려줍니다. 인간과 개만도 못한 인간이 공존하는 이유도 알려줍니다.

개와 인간은 서로 가축화한 존재이며 자연은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자기가축화 가설에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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