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쪽방촌 사람들은 2찍이 되었나?

내란의힘

쪽방촌은 정치적으로 진보적 색채가 강하리라는 예측과 달리 상당히 보수적이다. 주민활동가를 제외하고는 연령이 가난보다 우선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실제로 쪽방에서 각종 고통을 겪으면서도 보수적 텍스트가 부착된 쪽방들이 적지 않고, 투쟁이라는 용어를 꺼리거나 반공주의적 태도를 명시적·암묵적으로 드러내는 거주자들도 많다. 거주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소위 '없는 사람'이 분노할 것처럼 보여도, 현실에서는 먹고살기 위해 '있는 사람'에게 붙는다. 쪽방촌에는 건물주와 관리인의 하수인 역할을 하며 조금 덜 불편하게 살려는 거주자들도, 기관들에 잘 보여서 하나라도 더 받아 내려는 거주자들도 있는 법이다. 이들에게 투쟁은 골수분자들이 하는 일이자 주는 것 없이 에너지를 소모하므로 나갈 이유가 없는 먼 곳이며, 데모하는 데는 사람 다 버린다고 절대 가지 말라고 만류할 정도의 기피 대상이었다. 사랑방은 투쟁을 독려하는 텍스트를 종종 배포하나 강제가 아닌 자유의 영역으로 두기 때문에 거주자들은 자유의지에 따라 가거나 가지 않기를 선택하는데, 대개 후자에 몰린다.

쪽방촌에서 빈곤층이 보수화되는 주요한 이유는 특정 변화가 초래할 수 있는 피해가 빈곤층에게 더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거주자들에게는 평생 빈곤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는 분노보다 '이마저도 빼앗기거나 더 추락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더 큰 경향이 있으며, 그들은 어떤 변화도 원치 않는다. 진보는 변혁하고 움직여야 하는 에너지가 필요한 반면 보수는 현상을 유지하면 되므로 추가적 에너지가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거주자 독고천은 투쟁을 나가지 않는 근본적 이유로 '살기 위한 죄책감'을 든다. 자신의 쪽방 거주는 자신의 책임으로 돌려야 덜 괴로우며 털고 일어날 수 있지, 부당하다고 사회 탓을 하면 당장 삶이 달라지지 않는 상황에서 되레 더 괴롭다는 의미다. "내 책임으로 돌려야 그래도 인정하고 살 수 있어요. 내 탓이 아니라 사회 탓이라고 하는 순간 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방향을 잃어버려요. 그렇게 되면 난 왜 이렇게 되는지를 생각할수록 더 비참해지니까. 달라지는 건 없는데도 말예요."1


왜 가난한 사람들은 보수를 지지하는가,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 정당을 지지하는가, 왜 진보는 무능하고 보수는 유능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래서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 빈곤을 연구하는 탁장한 박사는 동자동 쪽방촌에 들어가 1년간 거주자들과 부대끼며 살았다. 누구나 알지만 제대로 몰랐던 빈곤의 실체를 파헤치려고 쪽방촌에 사는 약 1,000여 명 중 200여 명의 쪽방 거주자들을 만났다. 쪽방촌 사람들이 내란공범당인 내란의힘(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사실적 관찰과 현실적 진단이라서 기록한다. 지금까지 이 진단이 가장 타당해 보인다.


  1. 탁장한, 《서울의 심연》(필요한책, 2024), 176~1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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