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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산고 - 역사를 부정하는 일본에게 미래는 없다

일본산고 - 역사를 부정하는 일본에게 미래는 없다
  • 생각해보면 개인의 사고를 그토록 붙들어 맨 일본의 국가권력은 놀랍다. 그것도 장구하게 유지해왔다는 것이 더욱 놀랍고 유례없는 일이다. 그러나 바로 그러했기 때문에 기능과 세기가 우수하면서도 일본은 항상 남의 틀과 본을 훔쳐오거나 얻어 와서 갈고 닦고 할밖에 없었다. 본과 틀이 없는 나라, 그들의 정치이념은 창조의 활력이 위축된 민족을 만들었던 것이다. 오늘이라고 다를 것이 없다. 날조된 역사교과서는 여전히 피해받은 국가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어 있고 고래심줄 같은 몰염치는 그것을 시정하지 않은 채 뻗치고 있는 것이다. (29)
  • 통곡이 없는 민족, 울지 않는 민족, 왜 울지 않을까? 슬픔도 마치 실루엣같이 소리가 없다. 너무나 정적이다. 본시부터 그러했을까? 그들이라고 울지 않을 리 없다.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칼로 상징되는 그들의 역사 탓일 것이다. 사실 일본이 이웃에 끼친 피해의 규모가 크고 참혹함도 자심한 것이었지만 그들 스스로, 동족들 목줄기에 들이댄 칼의 세월이 훨씬 길다. 그리고 그 참혹함도 타민족에 대한 것에 못지않았다. (49)
  • 일본에서 많이 쓰이는 말 중에 '스고이!凄い'라는 것이 있다. 우리네의 굉장하다는 말과 같이 일종의 감탄사인데 크고 훌륭하다는 뜻의 굉장과 오싹하게 소름 끼친다는 뜻의 스고이, 일본도日本刀의 푸른 칼날의 번뜩임, 피가 뚝뚝 떨어지는 살덩어리. (56)
  • 옛날 일본은 아시아에서 고도孤島였을 뿐만 아니라 문화에서도 고아 같은 존재였다. 기능적이며 공리적인 특성은 차라리 서쪽에 가깝다. 그리고 일본은 서쪽을 등에 업고 동쪽을 배신한 유일한 나라다. (77)
  • 진리는 아름답고 선하다 합니다. 아름다운 것은 진리이며 선하다. 선한 것은 진리이며 아름답다고도 합니다. 그러나 일본 문학의 탐미주의, 예술지상주의는 갇혀버린 사회에서 도피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선함도 진실함도 결여되어 있고 오히려 사디즘과 마조히즘이 농후합니다. (102)
  • 나는 젊은 사람에게 더러 충고를 한다. "일본인에게는 예를 차리지 말라. 아첨하는 약자로 오해받기 쉽고 그러면 밟아버리려 든다. 일본인에게는 곰배상을 차리지 말라. 그들에게는 곰배상이 없고 마음의 여유도 없고 상대의 성의를 받아들이기보다 자신의 힘을 상차림에서 저울질한다." (189)
  • 일본을 이웃으로 둔 것은 우리 민족의 불운이었다. 일본이 이웃에 폐를 끼치는 한 우리는 민족주의자일 수밖에 없다. 피해를 주지 않을 때 비로소 우리는 민족을 떠나 인간으로서 인류로서 손을 잡을 것이며 민족주의도 필요 없게 된다. (192)

일본산고/박경리/마로니에북스 20130830 208쪽 12,000원

일본인에게는 예를 차리지 말라. 아첨하는 약자로 오해받기 쉽고 그러면 밟아버리려 든다. 일본인에게는 곰배상1을 차리지 말라. 그들에게는 곰배상이 없고 마음의 여유도 없고 상대의 성의를 받아들이기보다 자신의 힘을 상차림에서 저울질한다.

《토지》를 쓴 박경리 선생이 30여 년 전 일본에 관해 쓴 글입니다. 역사를 부정하고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태도를 보이는 일본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을 알아본 박경리 선생의 놀라운 안목입니다. 역사를 부정하는 일본에게 미래는 없다고 한 박경리 선생이 지금 우리를 보면 뭐라 할까요. 일본에 예를 차리는 나라는 미래가 없다며 일갈했을 겁니다.


  1. 상다리 부러지게 차리는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