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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새벽 - 박노해 시집, 30주년 개정판

동의 새벽 - 박노해 시집, 30주년 개정판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의 암울한 생활
속에서도 희망과 웃음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살며 활동하는 노동 형제들에게
조촐한 술 한 상으로 바칩니다.

1984년 타오르는 5월에
박노해

노동의 새벽/박노해/느린걸음 20141210 172쪽 12,000원

인간의 삶이란, 노동이란
슬픔과 분노와 투쟁이란
오래되고 또 언제나 새로운 것
묻히면 다시 일어서고
죽으면 다시 살아나는 것

스무 살 가슴에 아픔이 없다면
스무 살 가슴에 슬픔도 분노도 없다면
그 가슴은 가슴도 아니리
스무 살 아프면 가슴이 새로 스무 살이 되어
다시 새벽 노래를 부른다1

우리 세 식구의 밥줄을 쥐고 있는 사장님은
나의 하늘이다2

긴 노동 속에
물 건너간 수출품 속에 묻혀
지문도, 청춘도, 존재마저
사라져 버렸나 봐3

민주야
저 달력의 빨간 숫자는
아빠의 휴일이 아니란다
배부르고 능력 있는 양반들의 휴일이지
곤히 잠든 민주야4

나면서부터인가
노동자가 된 후부터인가
내 영혼은 불안하다5

거치른 땀방울, 피눈물 속에
새근새근 숨 쉬며 자라는
우리들의 사랑
우리들의 분노
우리들의 희망과 단결을 위해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거운 소주잔을
돌리며 돌리며 붓는다
노동자의 햇새벽이
솟아오를 때까지6

돈과 무력과 권력을 전지전능한 하느님으로 믿는
봉건적이고 독재적인 저들과
온 세상 관계가 평등과 사랑으로 일치되어야 한다고 믿는
민주적으로 단결된 우리와의
이 팽팽한 대결7

번영의 조국을 향락하는 누런 착취의 손들을
일안 하고 놀고먹는 하얀 손들을
묻는다8

아마도 내가 자살한다면
새벽일거야9


"1980년대를 이 땅에서 살았던 사람들에게 박노해는 역사이고 상징이며 신화이다. 고달픈 저임금 노동자로부터 몸을 일으켜 이 나라 최초의 빛나는 노동자 시인이 된 희귀한 존재, 사회 모순이 절정에 달했던 시대의 고통과 꿈과 투쟁을 기적처럼 한 몸에 구현했던 투사- 문학사적으로나 사회사적으로 우리는 그런 존재를 다시 만날 수 없을지 모른다."(도정일, 문학평론가)

노동의 새벽은 오지 않았다.


  1. 스무 살의 새벽 노래
  2. 하늘
  3. 지문을 부른다
  4. 휴일특근
  5. 평온한 저녁을 위하여
  6. 노동의 새벽
  7. 대결
  8. 손 무덤
  9. 평온한 저녁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