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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이 군대를 갔다고?

데미안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123)

데미안과 싱클레어가 사춘기 시절에 만나 이바구했다는 기억만 있습니다. 저 구절만 남았던 《데미안》을 한 세대가 지나 다시 읽었습니다.

무언가 불가능한 걸 요구하여 굴욕을 주고 서서히 협상하게 만든 크로머를 데미안이 어떻게 제압했는지 궁금합니다. 언제나 불안했던 겁쟁이 싱클레어에게 사람을 무서워하지 말라며 데미안은 "악마이기도 한 신 하나를 갖든지, 아니면 신에 대한 예배와 더불어 악마에 대한 예배도 만들어야 한다(126)"고 했습니다. 싱클레어는 데미안이 말한 신이기도 하고 악마이기도 한 압락사스를 찾아다닙니다. 그러다 우연히 오르간 연주를 하는 피스토리우스를 만납니다. 신부가 될 뻔한 신학도였던 피스토리우스는 정상적인 인간이 되면 압락사스가 떠난다고 알려줍니다.

피스토리우스는 "우리가 어떤 사람을 미워한다면, 우리는 그의 모습 속에, 바로 우리들 자신 속에 들어앉아 있는 그 무엇인가를 보고 미워하는 것(152)"이라고 말합니다. 피스토리우스와 데미안은 서로 모르는데 같은 말을 했습니다. 피스토리우스는 골동품 냄새가 났습니다. 낭만주의자이자 과거를 향한 구도자였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관심 가질 일은, 아무래도 좋은 운명 하나가 아니라, 자신의 운명을 찾아내는 것이며, 운명을 자신 속에서 완전히 그리고 굴절 없이 다 살아내는 일" 즉 "자기 자신에게로 가는 것(172)"을 찾으며 싱클레어의 학창 시절이 끝났습니다.

우리는 깨어난 사람들, 혹은 깨어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우리의 노력은 점점 더 완벽한 깨어 있음을 지향했다. 반면 다른 사람들의 노력과 행복 추구는, 그들의 의견, 그들의 이상과 의무들, 그들의 삶과 행복을 점점 더 긴밀하게 패거리에 묶는 것이었다. 그곳에도 노력은 있었다. 그곳에도 힘과 위대함은 있었다. 그러나 우리들 견해로는 우리 표적을 가진 사람들은 새로운 것, 개별화된 것 그리고 미래의 것을 향한 자연의 뜻을 제시하는 반면, 다른 사람들은 고수(固守)의 의지 속에 살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인류가, 그들도 우리처럼 사랑하는 인류가 무언가 완성된 것, 보존되고 지켜져야만 하는 것이었다. 반면 우리들에게는 인류가 하나의 먼 미래, 우리들 모두가 그것을 향해 가는 도중에 있고, 그 모습은 아무도 모르는, 그 법칙은 그 어디에도 씌어 있지 않은 미래였다.(194)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애를 쓰지요. 돌이켜 생각해 보세요. 그 길이 그렇게 어렵기만 했나요? 아름답지는 않았나요? 혹시 더 아름답고 더 쉬운 길을 알았던가요?(190)" 인생이라는 새는 고수(固守)의 의지로 둘러싸인 알 같은 세계를 깨뜨리려고 투쟁하며 깨어 있음을 지향하라고 합니다. 하나의 세계를 깨뜨리고 미래를 향해 날아가랍니다. 그 길은 아무도 모르고 어디에도 씌어 있지 않습니다. 보수주의자였는지 혁명가였는지 지금은 모릅니다. 당신의 꿈은 완전하지 않으니 최상의 꿈은 잊어 버리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내 운명은 나를 사랑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기 자신에게로 가는 불완전한 운명 속으로 한 걸음씩 내디디며 삽니다.

데미안이 싱클레어의 또 다른 자아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습니다. 완전하지 않은 꿈을 좇아 계속 알을 깨뜨리라고 데미안이 알려줍니다. 그렇지 않으면 싱클레어는 데미안을 찾지 않는 꼰대가 될 거라고 경고합니다. 크로머, 피스토리우스, 베아트리체, 크나우어, 에바 부인이 등장하는 줄 몰랐습니다. 더군다나 데미안과 싱클레어가 군대를 갔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장이 「종말의 시작」인가 봅니다.

데미안Demian: Die Geschichte von Emil Sinclairs Jugend, 1919/헤르만 헤세Hermann Hesse/전영애 역/민음사 20001220 250쪽 8,000원